월드 클래스 손흥민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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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48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1.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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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마침내 손흥민이 상대 골망을 갈랐다. 1월 5일 05시(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22-2023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다. 후반 27분 뒤에서 보낸 해리 케인의 패스가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떨어지자 손흥민이 이를 잡아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리그 4호골이다. 토트넘도 4대 0 대승을 거두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손흥민은 골망을 가른 뒤 검은색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격하게 포효했다. 아주 오랜만에 전매특허라 할 ‘찰칵’ 세리머니도 펼쳐 보였다. 그간의 답답함을 털어내는 시원한 뒤풀이였다고 할까. 계속된 무득점에서 벗어난 손흥민은 경기 뒤 “그간 팀에 정말 미안했다. 오늘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해트트릭을 기록한 레스터시티전 이후 리그 득점이 없던 손흥민은 9경기 만에 골 맛을 봤다. 리그로만 따지면 117일 만이다. 전 대회를 통틀어도 손흥민의 득점은 2022년 10월 1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프랑크푸르트(독일)전 이후 약 석 달만이다.
잠깐 정리해보자. 카타르월드컵이 끝나고 가장 먼저 재개(구랍 26일 밤 9시 30분)한 EPL 17라운드 브렌트포드와의 경기는 2대 2로 비겼지만, 손흥민의 골은 없었다. 1월 1일 밤 11시 열린 에스턴빌라와의 18라운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팀은 0대 2로 지기까지 했다.
자연 손흥민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가령 마이데일리(2023.1.3.)가 전한 바에 의하면 영국 ‘풋볼 인사이더’의 존 웨햄은 “나는 손흥민을 항상 사랑했으나 빌라전에서 그는 정말 끔찍했다. 우리는 작년에 24골로 득점왕에 오른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올시즌은 그 모습과 거리가 멀다”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콘테 감독은 손흥민에게 신뢰를 보냈다.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콘테 감독은 팰리스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최상의 컨디션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마르세유전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과 함께 우리 팀의 핵심 선수다. 이 선수들을 의심한다면 우리는 더 큰 문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터뜨린 골로 손흥민은 케인과의 가장 많은 43골(공식전 50골) 합작에 이어 또 하나 EPL 역사를 새로 썼다. 역시 케인이 넣은 2골과 함께다. 손흥민과 케인이 EPL에서 동반 득점을 기록한 건 이날 경기가 34번째다. 이들은 EPL 최다 득점인 리버풀의 살라-사디오 마네(33경기)의 기록을 넘어섰다.
손흥민이 긴 침묵을 깨자 콘테 감독은 “소니(손흥민)와 케인이 득점해 행복하다”며 “선수는 자신감을 위해 골이 필요하다. (이번 득점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케인도 함께 기뻐했다. 케인은 “손흥민이 골을 넣어 기쁘다. 그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며 “때로는 어떤 길로 나아갈 때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 오늘 득점이 손흥민에게 남은 시즌 다시 시작할 자신감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손흥민의 골에 주목하는 건 당연히 같은 편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간절한 이유도 있다. 콘테 감독은 지난 시즌 성적(4위)을 두고 ‘기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기적은 ‘득점왕’ 손흥민 덕분에 가능했다는 게 정설이다. 더욱이 공격진이라 할 히샬리송·루카 모라·데얀 쿨루셉스키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다. 손흥민이 하루속히 득점왕 기세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사실 토트넘 전체 역사를 보더라도 손흥민은 이미 구단의 전설 반열에 있다. 한겨레(2023.1.6.)에 따르면 손흥민은 2015~2016시즌 팀에 합류한 뒤 토트넘 올해의 선수에 3차례(2018∼2019·2019∼2020·2021∼2022) 뽑혔다. 해리 케인(2회)·크리스티안 에릭센(2회)·개러스 베일(1회)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오직 로비 킨만이 3회로 손흥민과 같은 위치에 있다.
또한 토트넘은 손흥민 합류 뒤 5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챔스)에 진출했다. 2018~2019시즌에는 준우승까지 거뒀다. 반면 손흥민 합류 직전 7시즌 동안 챔스 진출은 단 1회뿐이었다. 손흥민의 골에 환호와 함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편 손흥민은 구랍 23일 대한축구협회(KFA)가 주관하는 ‘KFA 어워즈 2022’에서 ‘남자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남자부 올해의 선수는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 19명과 협회 출입 언론사 축구팀장 47명의 투표로 이루어졌다. 손흥민은 총점 182점을 얻어, 148점 김민재와 118점의 조규성을 제쳤다.
손흥민은 2019년부터 4년 연속이자, 2013년 첫 수상 이후 통산 일곱 번째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가 됐다. 손흥민은 영상을 통해 “대표팀을 항상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받는 상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축구를 위해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 덕분에 받는 상이라 생각하고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공을 돌렸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일들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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