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2022카타르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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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2022카타르월드컵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12.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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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22카타르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대장정을 마쳤다. 먼저 카타르월드컵을 지상파 방송으로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카타르월드컵을 대비한 A매치 평가전을 종편 같은 특정 채널에서만 중계방송하는 등 지상파 3사가 ‘보편적 시청권’ 면에서 제몫을 해내지 못해 카타르월드컵 경기도 그런가, 은근히 걱정되던 터여서다.
맘대로 볼 수 있어서였을까. 새벽 4시에 하는 것 빼곤 우리나라 아닌 다른 국가들 경기도 거의 다 봤다. 물론 우리나라의 16강전 브라질전만큼은 새벽 4시에 열린 경기였을망정 애써 챙겨 봤다. 나로선 4년 전 러시아월드컵때와 비슷하게 챙겨본 축구 경기라 할 수 있다. 카타르와의 시차가 6시간이라 밤 10시, 12시의 TV 중계도 한몫했지 싶다.

그런데 지상파 3사의 축구 중계가 좀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다. 가령 11월 26일 밤 10시 열린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별리그 경기는 지상파 3사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는 돌풍을 일으킨 사우디아라비아의 다음 경기라 많은 팬들이 기다렸을텐데, 매우 의아한 편성이라 할 수 있다. 결승전 포함, 같은 경기를 지상파 3사 모두 방송하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던 걸 보면 전파낭비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 이주노동자 착취와 성소수자 탄압 논란, 다양성의 상징인 무지개 완장 금지 등 안팎으로 논란이 일었지만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카타르월드컵이다. 그 사적(史的) 의미를 짚어보자. 2022카타르월드컵은 본선 32개국 출전 마지막 대회다. 2026년 북중미(멕시코·미국·캐나다) 대회부터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2022년 카타르 대회는 최초의 중동·겨울 월드컵으로 남게 됐다. 그 덕분에 우리로선 광화문 광장 등 영하의 날씨에도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진 진기한 경험을 한 2022카타르월드컵이다. 특히 16강전 브라질전이 펼쳐진 새벽 4시의 길거리 응원전은 열기와 함께 월드컵 축구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2022카타르월드컵은 역사상 최초로 전 대륙의 팀이 16강에 올랐다. 유럽(네덜란드·크로아티아·잉글랜드·프랑스·폴란드·스페인·포르투갈·스위스)이 8개국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아시아(한국·일본·호주)가 두 번째로 많은 16강 진출팀을 배출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토너먼트에 올랐고, 아프리카에서는 모로코와 세네갈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북중미에서는 유일하게 미국이 16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5개 대륙 중 소외되는 곳 없이 어느 때보다 균형 잡힌 성적이 나온 대회였다. 그 어느때보다도 평준화된 2022카타르월드컵이라 할만하다. 2022카타르월드컵은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기록한 팀이 없는 최초의 대회이기도 하다. 4년 전 러시아에서 세 팀이나 3승을 거둔 것과 확실히 비교된다.
조별리그에서는 이변도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침몰시켰고, 튀니지는 프랑스를 이겼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니지 두 팀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는데 각 조의 최강팀을 이기는 충격파의 주인공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일본은 독일·스페인을 제치고 1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도 포르투갈을 잡으며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카타르월드컵 최대 이변의 팀은 단연 모로코다. 아랍권중 유일하게 16강에 올랐을 뿐아니라 아프리카·아랍 국가로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 고지를 밟았다. 비유럽·남미권 국가가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건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 이후 모로코가 최초다. 그래서인지 자국뿐 아니라 아랍의 여러 축구팬이 섞여 모로코를 응원했다.
2022카타르월드컵에서는 총 172골이 터졌다. 조규성(2골)·김영권·황희찬·백승호가 넣은 5골이 포함된 172골은 1998년 프랑스 대회와 2014년 브라질 대회가 기록한 171골을 뛰어넘는, 92년 월드컵 역사상 최다골이다.  경기당으로는 2.68골로 환산된다.
국가별 득점을 살펴보면, ‘득점왕’을 배출한 프랑스가 킬리안 음바페 8골 포함 총 16골을 넣었다. 참가국 중 최다 득점이다. 우승팀 아르헨티나도 리오넬 메시의 7골을 비롯 총 15골이다. 축구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5골 중 4골이 국내파 선수들의 발끝에서 나왔고, 이로 인해 K리그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리그’ 10위(16강종료 기준)에 올랐다.
2022카타르월드컵에서는 92년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심판이 등장했다. 12월 2일(한국시간) 열린 조별리그 E조 코스타리카-독일전은 여성 심판(주심 스테파니 프라파르, 부심 네우자 백·카렌 디아스)들이 남성 월드컵 무대에서 휘슬을 불고, 부심기를 잡고 내리는 등 역사를 새로 썼다. 여성 인권이 온전치 못한 중동지역 월드컵이라 좀 아이러니하다.
한편 아르헨티나 정부는 카타르월드컵 우승에 대해 “국민 모두가 함께 대표팀에 기쁨을 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히며 12월 20일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꺾은 사우디아라비아도 11월 20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해 ‘격하게’ 승리를 자축한 바 있다. 월드컵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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