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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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12.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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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장하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게돼 감개무량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16강 탈락을 보며’라는 칼럼을 썼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선 스웨덴전ㆍ멕시코전 2패후 3차전인 독일전에서 1승을 거뒀다. 같은 조 스웨덴·멕시코에 이어 3위를 기록,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8년 전엔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을 보며’라는 글을 쓴 바 있다. 1무 2패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6강 탈락한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하긴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건 일본·호주·이란 등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변이라 할만한 한국·일본·호주·이란의 몰락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아니다. 우선 월드컵 사상 최초로 한국·일본·호주 등 AFC 소속 3개국의 16강 진출이 그것이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사상 최초의 일이다. 하지만 월드컵 사상 최초로 AFC 소속 3개국의 16강 진출이란 새 역사로 만족해야 했다. 16강전에서 호주와 일본에 이어 한국마저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브라질전에서 1대 4로 패하며 짐을 쌌지만 우리 선수들이 일궈낸 도하의 기적, 극적인 16강 진출이 어디로 가진 않는다. 사실 미국 데이터 업체 ‘그레이스노트’가 예측했던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11%에 불과했다. 우리 선수들은 포르투갈전에서 이 수치를 100%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소름이 돋는 한 판 승부였다고 할까.
여하튼 가나전에서 조규성(전북)의 눈부신 활약이 하늘을 찔렀다. 조규성은 11월 28일 가나전에서 각각 이강인·김진수가 올려준 크로스를 모두 머리로 받아 상대 골망을 갈랐다. 수비진 높이가 만만치않은 가나를 상대로 뽑아낸 ‘헤더 멀티골’이었다. 이는 한국 선수가 같은 경기에서 연속 득점한 월드컵 사상 첫 기록이기도 하다.
이어진 포르투갈전에선 김영권과 황희찬이 상대 골망을 갈랐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 출전해 한 대회에서 2경기 연속으로 2골을 성공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스포츠서울, 2022.12.5.)이다.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로 쓴 활약이다. 러시아월드컵 때 독일전 선제골을 뽑으며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는데 기여했던 김영권은 이번 포르투갈전에서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미 다른 지면에서 다룬 손흥민 도움과 황희찬 역전골 이야긴 중복을 피하기 위해 눈에 쏙 들어오는 한 대목만 옮겨본다. “‘마스크를 쓴 등번호 7번’이 달리는 것만으로 대부분의 선수가 급하게 달려와 혼이 빠지게 손흥민만 막는 것. 이것이 바로 손흥민이라는 슈퍼 스타, 그리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한국 대표팀에 있음으로써 생기는 효과이며 손흥민이 행여 부진하더라도 대표팀에 필요한 이유”(스포츠한국, 2022.12.3.)다.
조규성도 그렇지만 당연히 이강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강인과 조규성을 투입한 이 변화가 조별리그 1~3차전에서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다. 축구팬들은 “재미있다”, “월드컵에서 이렇게 잘한 것은 처음 본다” 등의 찬사를 내놓았다. 말할 나위 없이 이강인의 정확한 크로스, 조규성의 뛰어난 골 결정력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한국은 그 덕분에 총 4골을 기록하며 2골을 기록한 우루과이를 눌렀다. 1승 1무 1패의 한국과 우루과이가 승점(4점)과 득실차(0골)까지 모두 같아 다득점까지 다투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기에, 조규성이 날아오르다시피하며 상대 골망을 가른 2골과 김영권·황희찬의 득점은 더욱 소중한 공격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대표팀이 기록한 5골 중 4골이 전북출신 선수이거나, 전북현대모터스 소속 선수들의 발과 머리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눈에 띈다. 앞에서 말한 조규성과 16강 브라질전에서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만회골을 터트린 백승호는 모두 전북현대 소속 선수들이다. 조규성의 두 번째 골을 올려준 김진수도 전북현대 소속 선수다.
골 넣는 수비수임을 또다시 보여준 김영권은 “이번 포르투갈전 때도 동점골을 뽑으며 선봉장 노릇을 했다. 특히 이번이 세번째 월드컵인 김영권은 김민재(나폴리)가 빠진 수비진 중심을 잡으며 실점 이후에도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리더 구실을 톡톡히 해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한겨레, 2022.12.5.)는 평가다.
그 김영권도 소속은 울산현대이지만, 전주 출신이다. 월드컵 16강전인 브라질전이 100번째 A매치라 FIFA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게된 김영권은 전주조촌초등학교·전주해성중학교·전주공업고등학교·전주대학교를 나온 전북의 아들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중심에 전북이 있었다는 건 전북인으로서 또 다른 뿌듯함을 안겨준다. 너무 자랑스러운 대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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