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살펴야 할 공직자들이 직무를 태만히 하여 우왕좌왕하는 사이 참사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인명 구조활동을 펼치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며 공직에 나선 이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로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 됐다.
이번 이태원 참사만해도 정부 내 보고 체계는 뒤죽박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46분 만에 가장 먼저 보고를 받았고 1시간 5분 만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상황을 파악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윤 경찰청장은 각각 1시간21분, 1시 59분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자체·소방당국·경찰 등은 관계 기관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1 5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재난안전통신망을 새로 만들어놓았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공습경보가 내려졌는데도 울릉경찰서 역시 대처에 미흡했다.
정가에선 국정조사 등 이슈를 놓고 공방도 가열되는 모양새인데 일개 정쟁의 대상으로 매몰돼선 안 될 일이다. 명확한 책임 규명과 더불어 재난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강구해 나가는 데 일말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현장 대응과 보고 체계만해도 총체적으로 구멍이 뚫였음이 드러났다. 재난 대응과 보고, 지휘 체계가 아래부터 위까지 다 허물어진 것이다. 경찰이 이 지경이다 보니 정부 보고 체계는 거꾸로 작동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46분 만에 가장 먼저 보고를 받았고, 65분 만에 행안부 장관이 상황을 파악했다. 윤 대통령은 소방청 상황실에서 온 참사 보고를 국정상황실장에게서 보고 받고, 행안부 장관은 비서관이 전한 행안부 내부 알림 문자를 뒤늦게 봤다. 그 사이 제대로 일을 한 경찰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대형 참사를 어느 한쪽 탓으로만 돌릴 순 없지만 이번 참사로 드러난 정부 내부의 심각한 기강해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몇 사람 징계하거나 처벌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특히 경찰이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경찰의 근본적인 체질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주요 책무인 안전과 안보·민생을 챙기려면 느슨해진 공직 기강부터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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