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 위기, 원전 수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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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안보 위기, 원전 수출 기회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10.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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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얼마 전 한국  (H원자력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낭보가 들렸다. 
2023년부터 2029년까지 한국 기업들은 원전 기자재 공급 및 터빈 시공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넷제로’를 위해서 현재 약 400GW 수준인 원전 용량을 향후 800GW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원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비단 기후위기 대응 때문만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안보 위기로 인해 올해 들어 세계 주요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둘러 원전 옵션을 꺼내들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원전은 국가안보의 핵심적 자원”이라면서 2050년까지 14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영국도 4월에 발표한 ‘에너지안보 전략’에서 원전을 에너지안보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며 현재 7GW 수준인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24GW로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의 주창자였던 독일마저도 최근 천연가스 수급이 불안해지자 폐쇄 예정이었던 원전 3기의 재가동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일본과 미국도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섰다. 평상시에는 간과되었던 원전의 진가가 세계적 위기 상황이 닥치자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서방세계가 원전의 안보적 중요성을 뒤늦게서야 깨닫는 동안, 원전 수출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잠식해나가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 로사톰은 인도, 터키, 방글라데시, 벨라루스, 이집트 등에 진출하며 자국의 원전 영토를 넓히고 있다. 
원전 건설 비용의 80% 이상을 초장기·저금리 차관으로 지원할 뿐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관리까지 책임진다고 하니 원전을 처음 도입하는 신흥국 입장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러시아보다는 후발주자이지만 엄청난 규모의 내수시장을 활용해 건설 노하우를 압축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중국이 2035년까지 자국에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원전은 최소 150기에 달한다. 중국은 자국에서 키운 체력을 바탕으로 파키스탄에 이어 최근에는 남미 국가인 아르헨티나까지 손을 뻗쳐 원전 수출에 성공했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수출 기회는 있다. 우선 폴란드는 기본적으로 반러 정서가 강한 국가인 데다 최근 우리나라와 K2 전차, K9 자주포 등 대규모 방산 계약에도 합의해 향후 양국 간 원전 건설 협의에 있어서도 경쟁 우위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체코도 국가안보를 고려해 두코바니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러시아와 중국 기업에 대한 입찰 배제를 결정하면서 우리나라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한미 경제안보동맹의 강화도 우리의 원전 수출 가능성을 높여준다. 미국이 가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외교적 영향력이 한국 원전의 우수성 및 뛰어난 시공능력과 결합한다면, 러시아와 중국의 원전 수출시장 확장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제 정세는 에너지안보가 곧 경제안보와 국가안보로 직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수출은 단순히 물건 하나를 팔고 마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상호 담보하는 100년의 초장기 기술동맹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중차대한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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