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羞恥)
상태바
수치(羞恥)
  • 허성배
  • 승인 2022.09.28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배 주필

 

수치(羞恥)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의식이라고 한다. 
헤겔이라는 철학자는 수치를 자연 그대로의 감성에서 벗어나 인간 고유의 단계에 도달할 때 생겨나는 의식이라고 정의했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에 그 답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어린아이가 부끄러울 때 두 눈을 감는 것은 의식에 수치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사자성어는 부끄러움(수치)을 모른다는 뜻이다. ‘낯 두껍다’는 말로 정상적이지 않거나 부끄러운 일을 저지러놓고도 수치를 느끼지 않고 그같은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널리 회자된다. 
비윤리적, 부도덕과도 일맥상통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수치를 모르면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찍어 상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요즘 우리사회에는 수치를 모르고 대중을 호도하려는 시도가 너무 많다. 
정치인들의 후안무치는 국민의 뜻과 여론에는 무감각한 듯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걸핏하면 입법권을 내세워 금지법(?)을 만들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제도를 만들려는 시도가 판을 친다. 검찰이 거슬리면 검찰을, 감사원이 못마땅하면 감사원에 재갈을 물리면 된다는 식이다.
여든 야든 수치를 모르고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막무가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정치인들을 보고 앞서 경험했던 정치인들은 입가에 쓴 웃음을 짓는다. 
뒤늦게 수치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다. 모두 보여준 후이기 때문이다. 
수치를 모르는 정치는 그것이 바로 수치(羞恥)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