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38
상태바
월드 클래스 손흥민38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9.20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드디어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 골 침묵을 깼다. 그냥 깬 정도가 아니다. 손흥민은 9월 18일 01시 45분(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8라운드 레스터시티전에서 세 번이나 상대방 골망을 흔들었다. 놀랍게도 후반 14분 교체로 들어가 불과 13분 만에 해트트릭을 작성한 것이다.
“한 시즌에 많은 골을 넣었다면 다음 시즌에는 고전하기 마련이다. 다른 팀 수비수들이 득점왕이라는 걸 다 알고 대처하기 때문”이라며 개막 후 8경기(리그 6경기, 챔스 2경기)에서 골맛을 보지 못한 손흥민을 두둔한 콘테 감독은 레스터시티전에선 데얀 쿨루셉스키·해리 케인·히샬리송 스리톱을 선발로 내세웠다.

콘테 감독은 “이럴 때 득점이 없으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강한 선수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우리 팀에서 가장 강한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두둔하기도 했는데, 직후 열린 8라운드 레스터시티전에서 손흥민이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출전한 35경기를 전부 선발로 치렀다.
오히려 그게 약이 됐는지 손흥민은 후반 14분 그라운드로 들어와 그야말로 미친 활약을 보여주었다. 후반 28분, 39분, 41분에 연거푸 상대방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마치 나 보란 듯이 날아올랐다. 이로써 팀의 6대 2 대승과 함께 토트넘 최초의 교체선수 해트트릭이란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다. 카타르월드컵 대비 A매치 직전 작렬한 3골이라 다행이고 든든하다.
길었던 골 침묵을 깬 손흥민은 ‘BBC 스포츠’에 시즌 첫 득점의 순간을 돌아보며 “믿기지 않았다. 그간 지녔던 모든 좌절과 실망,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냥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더 움직일 수가 없어서 가만히 섰다.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3골을 몰아치면서도 카메라에 환호하는 모습 한 번 보이지 않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뒤 ‘스카이스포츠’ 인터뷰에서 “(무득점 기간 동안) 팬들과 팀을 실망시켰다고 느꼈다”라며 부담 속에서도 ‘놀라운 응원’을 보내준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손흥민은 “하지만 나는 골(을 넣을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걱정하지 않았다. 해트트릭으로 팀을 돕게 돼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말한 ‘놀라운 응원’은 대체로 “입단 첫 시즌을 제외하곤 언제나 꾸준함을 보여줬기에 한 번 터지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된다. 스포티비뉴스(2022.9.16.)에 따르면 토트넘의 한 팬은 “믿음을 가져라. 손흥민은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많은 걸 해왔다. 우리가 지지를 통해 보답할 차례다”라며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은 “단언컨대 손흥민은 한 골 넣기 시작하면 좋아질 것이다. 지난 시즌 해리 케인도 똑같았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케인은 팀 훈련까지 불참하며 이적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다시 팀에 합류했지만, 몸을 끌어올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초반 리그 13경기에서 한 골에 그치는 부진이 이어졌지만, 케인의 최종 성적은 리그 37경기 17골 9도움이었다.
물론 팬들 응원만 있는 게 아니다. 가령 과거 웨스트햄에서 활약한 프랭크 맥어베니는 손흥민을 향한 비판이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마이데일리(2022.9.16.)에 따르면 맥어베니는 9월 16일 ‘풋볼 인사이더’를 통해 “사람들은 손흥민이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니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손흥민을 향한 비판은 매우 성급한 일이다”라고 했다.
또한 “손흥민과 해리 케인은 뛰어난 선수들이다. 그들은 대체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응원에 힘입어 손흥민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무엇보다도 손흥민의 두 번째 왼발 감아차기 골은 케인의 패스를 받아 이뤄졌다. 이른바 손케 듀오 합작골을 또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시즌들어 처음이지만 EPL 42골이란 역사도 새로 쓰게 되었다.
레스터시티전 3골은 손흥민의 EPL 세 번째 해트트릭이다. 손흥민의 우상으로 알려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기록과 같다. 아울러 손흥민은 리그 역사상 교체 출전해 해트트릭을 기록한 7번째 선수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손흥민의 활약을 지켜본 이들은 “내가 뭐랬어”를 연발하는 등 찬사가 쏟아졌다.
한겨레(2022.9.19.)에 따르면 ‘비티스포트’ 방송에서 “손흥민을 선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신성모독’이라고 했던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방송인 리오 퍼디난드는 해당 발언이 담겼던 기사를 리트윗했다. 축구 해설가로 활동하는 토트넘 선배 제이미 레드냅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손흥민은 정확한 방식으로 응수했다”고 평했다.
스포츠조선(2022.9.18.)에 따르면 EPL 공식 사이트 해설위원인 팀 셔우드는 “손흥민은 세상 모든 감독들의 드림”이라고 극찬했다. “전세계 축구감독 중 손흥민을 원치 않는 감독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손흥민은 마무리의 퀄리티, 결정력, 캐릭터 등 공격수가 가져야할 모든 패키지를 가진 선수다. 모든 사람, 모든 감독들의 드림”이라고 극찬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