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감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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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감사절
  • 허성배
  • 승인 2022.09.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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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드높은 푸른 하늘 눈부신 가을볕에 무르익은 곡식을 쓸며 가는 서늘바람의 중추절(仲秋節 음력 8월15일).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의 아름다움과 일 년 동안 땀 흘려 얻은 풍요의 기쁨을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표현했던가.
중추가절(仲秋 佳節)에서도 휘영청 달빛이 가장 밝은 날을 골라 “추석 한가위”라는 여유 있고 가락이 휘어지도록 멋진 이름을 붙여 감사와 기쁨과 흥겨움을 제일 먼저 조상께 고하여 올릴 줄 알았으니.

맑은 눈매를 가진 어진 백성들의 놀라운 슬기로움이여. 갖가지 햇과일과 함께 반달·둥근달 모양의 햇곡 송편에 손자국 무늬 놓아 색색으로 빚어서 잊었던 조상의 묘소를 찾아 벌초하여 묘역을 다듬고 엎드려 차례를 올리던 농경사회의 그윽하고 흐뭇한 풍속이여!
또한 수천 년을 끊이지 않고 연연히 지켜져 내려온 민족의 대축제. 이날의 깊은 뜻이여. 길삼 손 맵씨도 겨루던 활옷 입은 신라 여인들의 정갈하고 날렵한 손 맵시도 그 희고 고운 섬섬옥수도 선이 뵈는 듯 무리 지어 돌아가며 춤추며 부르던 회소곡(會蘇曲)에서….
“음력 八月 걸레만. 어의 가배(嘉俳)나 라마란. 나를 모셔 나곤. 오늘날 가배셔터. 아으 동동(動動)다리” 라는 고려 적의 동동(動動)을 거쳐 조선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로 다듬어 빛을 더했던 민족의 공동 작품인 팔월 한가위날….
이렇듯 그윽하고 흥겨운 유래를 지닌 추수 감사절은 수천 년 동안 민족이 겪은 질곡과 수난을 함께 겪으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곧 역사요. 혼(魂)이요 작품이요 피 얼룩이 아닌가?
이미 달은 정복되어 그 모든 비밀이 낱낱이 발가벗겨진 현대에도 우리에겐 아직도 그윽함과 아름다움 그 신비로운 정감으로 찾아오는 음력 팔월 한가위날의 매력도!
비록 돌덩이에 불과한 달나라에 거듭 실망할 우리 자손에게도 한치도 졸아들지 않는 공감으로 이어질 멋진 이름의 한가위 명절은 그 멋과 혼이 역대의 우리 선조들이 갈고 다듬은 공동예술(共同 藝術)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우리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산소를 찾아 차례를 올린다. 머리 숙인 가슴마다 뉘우침이 일고 좀 더 나은 자손이 되겠다는 다짐도 한다.
백골(白骨)로 묻힌 조상을 찾아뵙는 오늘의 의미를 자녀들에게 깨우쳐 주면서 어린 것들이 삶과 죽음 핏줄의 도도한 흐름과 공조(共助)의 자손 인지됨을 배우고 동족으로 확대되는 가족애와 협동 그리고 개념과 가치도 더듬도록 일깨워 줘야 한다.
모처럼 즐기는 명절의 맛 난 음식에서 땀 흘린 끝에 풍요의 기쁨이 온다는 삶의 이치도 가르쳐 줘야 한다. 묘지의 폐단, 명절의 낭비, 교통 혼잡 등은 개선돼야겠지만 그런데도 명절은 흩어져 사는 가족끼리 모여 애정을 나누고 고독을 다듬으며 가족집단 나아가서 민족집단의 응집력(凝集力)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이런 점에서 명절의 가치는 재평가되어야 할 남·북 분단의 비극을 더욱 아파해야 할 뼈저린 아픔은 후대로 연기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스러운 각오에도 사무쳐야 하리니 선영을 찾아가 성묘조차 할 수도 없는 슬픔과 그 쓰라린 가슴이 어찌 월남 가족(越南家族)만의 통한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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