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괴담과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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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괴담과 함정
  • 허성배
  • 승인 2022.08.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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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530만 표 이상 압승했다. 제6공화국 최대 득표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의 지지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 공포 때문이었다. ‘뇌 송송 구멍 탁’이라는 문구가 촛불시위를 휩쓸었고 이 대통령은 집권 위기 속에 삼전도의 굴욕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광우병 공포는 조작된 것이었다. 국민의 95%가 광우병에 완전히 노출됐다고 대중은 철석같이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광우병은 괴담에 불과하고 촛불집회는 거짓으로 쌓아 올린 성이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집회 참석자들은 하나 둘씩 빠져나갔다.
그러자 촛불집회를 선동했던 언론에서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해명이 등장했다. 그때 대박 난 어휘가 ‘국민과의 소통 부재’였다. 광우병이 아니라 소통 부족 때문이었다며 많은 매체가 합창하기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인텔리겐치아들 칼럼에도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재라는 단어는 단골 메뉴였다. 광우병 사태를 촉발했던 MBC TV의 변검술은 더 놀라웠다. 2008년 5월 MBC 뉴스데스크는 ‘쇠고기 헛소문의 진실은?’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광우병 괴담이 급속하게 퍼진 이유는 감정에 휩싸인 네티즌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정부가 불신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었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 보도가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30%대를 밑도는 위험 수준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뭘 특별히 잘못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전문적인 분석이 나오지만, 이거다 싶은 것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한 일간지에 실렸던 칼럼 제목 ‘큰 잘못 없지만 국민을 불쾌하게 한다’가 눈길을 끄는 정도다. 전문가 집단에서 똑똑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려 지내던 정치인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 있다. 
폐쇄 집단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인상·태도·여론 등의 새로운 복병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효율만 추구했다가는 공공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고, 곧바로 반 민주라는 낙인이 찍혀버린다. 이렇게 되면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은 끝장이다. 대중민주주의의 바다를 헤쳐가야 하는 정치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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