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한다 한국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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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 한국영화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6.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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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송강호·박찬욱의 칸국제영화제 동반 수상에서 특이한 건 두 영화가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한국영화 ‘브로커’와 중국 배우 탕웨이가 주연한 ‘헤어질 결심’이란 점이다. 세계적 스타 감독과 배우가 함께한 영화에서 송강호와 박찬욱이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과 감독상을 받았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송강호 등 ‘브로커’ 팀은 5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자리에서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일본의 거장과 한국배우들이 같이 작품을 만들어왔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국제영화제상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탕웨이 역시 ‘색, 계’·‘만추’ 등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다.

이보다 앞서 송강호는 “수상무대에서는 소감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많은 이야기를 말씀드리지 못했다”며 “이런 성과가 과연 우리 한국 영화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의 성원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끊임없이 성원해주시는 대한민국 영화팬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6월 8일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는 “넘버3’가 ‘넘버1’이 됐다고? 하하하,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는 말도 했다. 칸국제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긴 했지만,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겸손함이 묻어난다. 참고로 ‘넘버3’는 1997년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제목이다. 깡패 한석규와 검사 최민식이 주연인 반면 송강호(조필 역)는 조연으로 나온다.
나는 ‘넘버3’ 평에서 “조필부대(송강호) 등장이나 형수(방은희)의 장시인과의 룸살롱 베드신 등은 곁가지 화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한국영화를 위함,  신아출판사, 1999.)고 지적한 바 있다. 그만큼 송강호가 없어도 그만인 역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송강호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하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수상을 목표로 칸에 간 적은 없다. 영화는 관객과 소통이 중요한 직업이다.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게 되는 게 하나의 과정이긴 하지만 ‘수상’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수상과 상관없이 항상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로서의 자세가 엿보인다.
‘브로커’ 팀보다 4시간쯤 늦게 귀국한 박찬욱 감독은 세번째 수상에 대해 “특별한 건 없다. 걱정이 되는 건 예술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국한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어 “제가 만드는 영화는 언제나 대중을 위한 상업영화다. 어쩌면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칸 영화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데, 대중과 거리가 먼 영화로 인식되어질까봐 염려된다. 선입견을 버려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6월 2일 열린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서도 “외국 영화제서 수상한 것보다는 국내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특히 이 영화는 전작들보다 좀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 그래서 국내 관객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고 긴장된다.”고 말한다. 유명 감독의 관객 호응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많은 걸 시사해준다.
한편 송강호와 박찬욱 공동 수상에 가려 다소 조명이 덜 된 칸국제영화제 상영 한국영화들도 있다. 먼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 주가(株價)가 확 오른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 영화 ‘헌트’가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상영됐다. 신인감독 이정재는 자동으로 황금카메라상 후보가 됐지만, 수상엔 실패했다.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은 완성도 높은 장르영화를 상영하는 섹션이다. ‘부산행’(2016)·‘악녀’(2017)·‘공작’(2018)·‘악인전’(2019)·‘비상선언’(2021) 등이 최근 몇 년 동안 칸국제영화제 초청으로 현지에서 세계 최초 상영했다. 비경쟁부문이지만, 그 덕분인지 ‘부산행’은 천만영화로 우뚝 서기도 했다. 8월 개봉 예정인 ‘헌트’에 대한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또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가 한국 영화 최초로 비평가주간 부문 폐막작에 선정됐다. 정주리 감독의 경우 데뷔작 ‘도희야’(2014)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초청을 받은 데 이은 두 번째 칸국제영화제 진출이다. 1962년부터 신설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은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해 상영하는 섹션이다.
비평가주간에선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작품을 대상으로 매년 10편 안팎의 작품만 선정된다. 그만큼 칸국제영화제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허진호 감독), ‘해피 엔드’(1999 정지우 감독),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 장철수 감독), ‘차이나타운’(2015 한준희 감독) 등이 초청된 바 있다.
이밖에도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에 위촉됐다.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은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밖에 김선영·오광록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프랑스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영화 잔치판이라 해도 크게 무리가 아닐 제75회 칸국제영화제다. 다시 축하한다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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