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오는 9월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 후임자로 21명이 후보군에 오른 가운데 어느 때보다 경제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판사들에게 눈길이 쏠린다. 정부 대출 연장으로 어렵사리 생존을 이어가는 기업과 자영업자 수가 역대 최다인 탓이다. 이들의 회생이나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법원의 전문성과 역할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윤석열정부의 첫 대법관 후보군에 포함된 오석준 제주지방법원장(사법연수원 19기),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20기), 서경환 서울회생법원장(21기)은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서울지방법원(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 배석판사로 함께 근무하며 삼미, 한보 등 62개 기업의 법정관리를 담당했다. 이들 재판부가 관리한 기업의 총자산이 35조원에 달해 "법원이 재계 10위권 기업집단"이라는 농담도 있었다. 이들은 당시 이규홍 부장판사(전 대법관)와 함께 기업 회생·파산 업무를 맡아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3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 중 1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법관으로 제청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념과 정파에 얽매이지 않는, 공정하고 신뢰받는 대법관이 나와야 한다. 게다가 경제 전문 베테랑 판사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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