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생이 세계적 교육자로 “결국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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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생이 세계적 교육자로 “결국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2)
  • 허성배
  • 승인 2022.06.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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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티칭과 코칭이 어떻게 다른가.
“티칭은 일방향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코칭은 ‘어떻게 하면 학생을 더 잘 이해할까’에 초점을 둔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각각의 학생이 가진 유니크한 재능, 역량을 끌어내고 도와주는 게 코칭이다.”

-왜 교육자의 길을 선택했나.
“석사 과정을 시작했을 무렵, 수희라는 아이를 코칭할 기회가 있었다. 부모가 안 계셨던 수희는 열네 살이었는데 글을 읽지 못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지금까지 뭘 했는지 얘기를 해보라’고 한 뒤에, 그걸 하나씩 적고 읽어보라고 했다. 자기가 한 말이니까 읽는 게 너무 쉬운 거다. 이렇게 매일 했더니 수희가 자신감을 갖게 됐다. ‘가르친다는 게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희는 몇 해 뒤 명문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했다.”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은 끔찍했다고 했는데.
“12년 동안 즐거운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엉뚱한 질문 한다고 맞고, 어머니 안 모셔온다고 맞고…. 하루는 친구들이 몰려가기에 따라가 보니, 그 무섭던 담임 선생님이 불법 과외를 하고 계시더라. 충격을 받았다.”
-학교는 싫었어도, 배움에 대한 열망은 있었던 건가.
“아버지가 기술공이셨다. 집에 공구, 부품 같은 게 많았다. 온갖 걸 뜯어보면서 놀았던 것 같다. 형, 누나의 찢어진 헌 책을 물려받아 보면서 ‘이 이야기의 결말은 이럴 거야’ 하며 상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창의력과 상상력을 엄청나게 키웠던 것 같다.”
‘인생이란 건 불편하면 불편할수록 나중에 편해진다.’ 
폴 김 교수가 전한 아버지의 말씀이다. 김 교수는 “무슨 일이든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도전이다. 내가 만일 인생의 도전들을 회피하며 살았다면 평생 후회로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유학은 어떻게 가게 됐나.
“학교가 싫기도 하고, 새로운 걸 경험하고 싶어서 초등학생 때부터 가게 해달라고 졸랐다. 아버지가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갈 수 있다’고 못을 박으셨다. 동네 살던 외국인을 찾아가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했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나갔다.”
-미국은 달랐나. 
“대학에서 처음 들은 음악 수업에서 좋은 코치를 만났다. ‘양’, ‘가’만 받다가 ‘A’를 받으니까 ‘나도 A를 받을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계속 A를 받아야지’란 생각도 했다.”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미국 학생이 1시간 공부하면 나는 10시간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세차장, 중국 식당, 잡화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했다. 내가 발전해 가는 모습이 즐겁고 재밌었다. 미국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조력자로서의 기쁨과 보람을 찾는 이들이었다. 한국에선 만날 ‘바보 같다, 공부 못한다, 저능아냐’는 소리만 들었는데…. 나는 (선생님의) 부정적 피드백은 어떤 상황에서도 백해무익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 교육과 한국 교육의 차이점으로 실패를 보는 관점을 들었다. 미국에서 실패는 곧 시도와 노력의 증표이자 다음 도전의 귀중한 자산으로 여겨지지만, 한국에서 실패는 곧 ‘끝’이라는 분위기란 것이다.“계속 도전을해야 혁신할 수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전도,혁신도 있을 수 없다.”
-한국 교육을 ‘공포와 두려움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했다.
“‘실패하면 절대 안 돼’, ‘서울대에 꼭 가야 해’, ‘다른 길은 없어, 이 길뿐이야’ 이런 말을 많이 듣지 않았나. 대부분의 이들이 ‘다수가 가는 길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다들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니까, 우리 아이도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개인의 고유한 역량들은 무시된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변화를 두려워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 대한민국에는 자신의 꿈은 접어두고 남들처럼 하면 중간은 간다는 신념이 존재해왔다. 자신의 인생을 유일무이한 ‘The One’으로 만들지 않고, 많은 사람 중 하나인 ‘n+1’이 되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The One’이다. 한국 교육은 그것을 잊게 한다.아이들의 엄청난 역량을 다 죽이는, 범죄와 같은 일이다.”
-해결 방안이 있을까.
“학부모라면 일단 환경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의 꿈과 열정을 찾아가는 부모들과 어울려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도입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핀란드에선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내려는 교육이, 남미 쪽에선 학생들을 사회적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교육이 많이 행해진다. 나는 21세기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 ‘4C(의사소통·협동·비판적 사고·창의성)’에 연민(compassion)과 헌신(commitment)을 더한 ‘6C’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교육자와 부모들은 ‘말은 좋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교육들이 이뤄지는 걸 두 눈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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