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사검증기구' 신설, 권한남용 시비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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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인사검증기구' 신설, 권한남용 시비 없어야
  • 허성배
  • 승인 2022.06.0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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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안이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과 ‘공직 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상정, 의결했다. 

개정령안은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맡기는 것이 요체다. 민정수석실이 맡던 공직 후보자 검증 기능이 이전되는 것이다. 수사권 등을 가진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가 여타 기관의 인사 검증 기능까지 수행하게 되면서 권한이 너무 비대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없지 않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권한의 집중과 확대로 인해 인사 검증 작업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될 소지가 있다. 정가에선 한 장관이 무소불위 권한을 갖게 된다며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시 한 장관 해임 건의를 검토하겠다는 경고가 나온 상황이다. 인사 검증 과정의 변화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을 강구하는 데 고심해야 한다. 실제 운용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논란의 소지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정보관리단이 내주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여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정수석실의 업무가 이전되면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 검증을 인사정보관리단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무부 내 조직이 법관 인사 검증을 수행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것이다. 이해 충돌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재판의 당사자 중 하나다. 일선 형사재판이나 위헌 소송 등은 수시로 이뤄진다. 법관과 접촉해야 하는 입장에서 법관에 대한 인사 검증을 법무부가 수행한다면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 의심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축구 경기의 심판을 한쪽 팀에서 검증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려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인사 검증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보장할 만한 장치나 대책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인사 관련 정보는 기본적으로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개인 정보의 수집 과정이나 내용이 쉽사리 공개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한동훈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과 관련해 “과거 정치 권력의 내밀한 비밀 업무가 ‘늘공’(직업 공무원)의 감시받는 통상 업무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민정수석실보다 국회와 언론의 감시를 받는 행정부처인 법무부의 인사 검증이 더 공정하고 투명할 것이라는 취지로 들리는데 견제 장치로는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법무장관의 권한 비대화 우려와 관련해서 한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의 중간보고를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또한 권한 남용 가능성이나 공정성 논란 소지 등을 차단할 수 있을 만한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은 남는다.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안이 의결되면서 총 20명 규모의 관리단 인선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일부 자리에는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거나 인수위에 파견됐던 검사들이 하마평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관리단의 업무 범위와 방향이 구체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 검증 시스템의 변화상과 운용 과정을 과거 사례에서부터 세심하게 되돌아보고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이다. 공정성 내지 투명성 논란이나 부작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신설 조직마저 존폐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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