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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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27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5.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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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 번 ‘월드 클래스 손흥민26’(전북연합신문, 2022.5.9.)에서 팀 동료 라이언 세세뇽이 ‘과소 평가받고 있는 손흥민’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고 쓴 바 있는데, 그런 주장이 또 나왔다. 스포츠서울(2022.5.12.)에 따르면 장신 스트라이커로 시대를 풍미했던 잉글랜드 레전드 피터 크라우치가 손흥민을 칭찬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의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는 크라우치는 5월 10일(한국시간. 이하 같음.) 아스널 레전드인 마틴 키언과의 토론에서 손흥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크라우치는 “손흥민은 심각하게 저평가된 선수”라며 “그는 사디오 마네ㆍ모하메드 살라와 동급”이라고 얘기했다. 북런던 더비에서 활약할 토트넘의 키플레이어로 해리 케인과 손흥민을 꼽으며 한 말이다.

크라우치의 말대로 손흥민은 활약상을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손흥민은 득점 선두 살라흐와 달리 페널티킥으로는 단 한 골도 넣지 않았다. 필드골만 놓고 보면 손흥민이 단연 1위다. 그럼에도 현지에서는 손흥민보다 살라ㆍ마네가 더 높은 수준의 선수로 평가받는 경향이 있음을 크라우치가 소신 있게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5월 6일 영국 ‘90MIN’이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공격수들의 최근 경기력을 감안해 랭킹 TOP10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손흥민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4위에 위치해있던 손흥민이 3단계나 오른 것이다.  4월 이후 진행된 리그 5경기에서 손흥민은 6골 2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경기에선 다 승리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그 선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듯 5월 8일 1대 1로 비긴 36라운드 리버풀전에서 골망을 또 갈랐다. 리그 20호 골이다. 팬들이 직접 뽑는 경기 MVP인 킹 오브 더 매치(KOTM) 주인공이 또 됐다. 49.3%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35라운드 레스터 시티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 KOTM이다. 최근 7경기에서 토트넘이 이긴 5경기 모두 손흥민이 KOTM으로 선정됐다. 시즌 13번째 선정으로 득점 선두 살라흐와 같은 기록이다.
이로써 손흥민은 PK골 없이 EPL 20골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작성했다. 토트넘 구단 역사상 PK 없이 EPL 20골 고지에 오른 건 지난 2012~2013시즌 베일이 유일했다. 스타뉴스(2022.5.7.)에 따르면 당시 베일은 33경기에 출전해 PK 없이 21골을 넣어 EPL 득점 3위에 올랐다.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베일은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인 1억 100만 유로(약 1,360억 원ㆍ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손흥민은 5월 13일 순연된 22라운드 아스널전에서 또 1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 EPL 21호 골이다. 득점왕 경쟁을 더 뜨겁게 한 골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손흥민은 5월 23일 리그 마지막 38라운드만 남겨둔 가운데 득점 선두 살라흐(22골)에 단 1골 뒤져 있다. 살라흐는 부상으로 38라운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 선수가 유럽 빅리그에서 괄목할만한 활약을 펼친 것은, 지난 번에도  말했듯 ‘한국 선수 유럽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골’(17골) 등 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주름 잡던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98골) 이후 수십 년 만이다. 박지성조차 손흥민에게는 뒤진다. 이미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손흥민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미 차 전 감독을 넘어 한국인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넘어선 것도 지난 번 말한 바 있다. 아스널과의 36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서 리그 21호 골을 터뜨려 이란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로테르담)가 보유한 아시아 선수 유럽 1부 리그 한 시즌 최다골(21골)과 동률을 이뤘다.
스포츠동아(2022.5.20.)에 따르면 자한바크시는 2017~2018시즌 AZ 알크마르 소속으로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1부)에서 21골(33경기)을 뽑아 아시아 최초로 유럽 1부 리그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그럴망정 그 리그는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EPL과 수준 차가 상당하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은 자신의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 득점 기록을 다시 갈아 치웠다. 손흥민은 SNS를 통해 “정말 멋진 밤이었다. 우린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손흥민의 그런 의지가 통했다.
토트넘은 5월 15일 열린 37라운드 번리전에서 1대 0으로 이겼다. 해리 케인이 패널티킥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이 찼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안겨주는 장면이지만,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긴데 만족해야 했다. 반면 아스널은 5월 17일 열린 37라운드 뉴캐슬전에서 0대 2로 패했다. 토트넘이 아스널에 2점 앞선 4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그리고 5월 23일 0시 열린 마지막 라운드 노리치시티전에서 손흥민은 2골을 넣었다. 5대 0으로 이긴 토트넘은 UCL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23골로 살라흐와 함께 공동 골든 부트(득점왕)를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왕이지만, 자세한 이야긴 다음에 하기로 하자. 우선 축하부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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