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자원전쟁…한국, 해외투자는 10분의 1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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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자원전쟁…한국, 해외투자는 10분의 1로 뚝
  • 허성배
  • 승인 2022.05.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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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각국의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은 지난 10여 년간 해외 자원 투자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자원 확보에 산업의 운명이 달라질 정도로 광물 수요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장기적인 해외 자원 개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월23일 한국산업연합포럼이 ‘해외 자원 개발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부족한 해외 자원 개발 현황이 논의됐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자동차, 기계, 디스플레이 등 16개 산업의 단체연합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정광하 한국산업연합포럼 미래산업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광물 자원 수요가 2020년 대비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2차전지 필수 광물인 리튬 수요는 40배, 코발트·니켈은 25배, 희토류는 7배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었던 희소광물이 33.5㎏이었다면 전기차를 만들 때 필요한 희소광물은 164.8㎏으로 약 4배에 달한다.
이에 전 세계 각국이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세우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는 되레 줄어들고 있다. 정 소장에 따르면 공기업 해외 자원 개발 투자액은 2011년 70억달러(약 8조4917억원)에서 2020년 7억달러(약 8492억원)로 쪼그라들었다. 신규 해외 자원 개발 건수는 2011년 30건에서 2020년 2건, 2021년 상반기 1건으로 줄었다. 민간의 해외 자원 개발 융자 예산도 2010년 3093억원에서 2021년 349억원으로 89% 축소됐다.
실제 우리나라의 중요 자원 확보는 미진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6대 전략 자원(유연탄·우라늄·철·동·아연·니켈) 자주개발률은 28%에 불과하다. 일본(76%)이나 중국(65%)과 비교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특히 35개 희소금속 가운데 중국·일본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50%에 달하는 금속이 14개에 이른다. 중국·일본과 분쟁이 생기면 공급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석유·가스 개발 역시 저유가로 2020년 기준 투자금이 2011년의 12% 수준인 11억달러(약 1조3342억원)에 그쳤다. 2020년 말 기준 자주 개발률은 11.4%에 불과하다. 정 소장은 “자원 정책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는데도 과거 정권은 단기간 평가를 기초로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새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을 국정과제로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소장은 “전략 광물의 자주개발률을 제고하고 특정국에 대한 수입 집중도를 완화해야 한다”며 “세액공제 등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는 해외 자원 개발마저 정권에 따라 부침을 반복해 특정 원자재 획득 여부가 산업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해외 자원 개발을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해외 자원 개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업계 주장에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 미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2차전지에 구리·니켈·코발트 등 주요 광물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주요국들이 최우선 산업정책으로 꼽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GVC) 정책과도 연결돼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망 대응 전략과 관련해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자원 개발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과거와 매우 다른 분위기다. 이명박정부 때는 정부와 공기업이 앞장서서 해외 자원 개발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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