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은 核으로 대응할 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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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은 核으로 대응할 때 왔다
  • 허성배
  • 승인 2022.04.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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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한반도에 다시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고, 4년 전 ‘폭파 쇼’를 했던 풍계리 핵 실험장을 복구 중이어서 이르면 이달 7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 적어도 세 가지는 명확해졌다. 

첫째, 북한은 핵 무력을 사실상 완성했다. 
둘째, 북 정권은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다. 
셋째, 문재인 정권의 비핵화 평화 쇼는 실패했다. 
북한은 올 초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했다. 그런데도 대선 과정에서 이 문제가 더 치열하게 토론되지 않은 것은, 정치권 전체가 비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핵은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북 핵 위협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핵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3단계 대응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확장 억제 강화다. 미국의 전략폭격기·핵 항공모함·핵 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확대하는 것이다. 한·미는 2016년 10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구성했다. 그러나 정례화를 선언하고도 두 차례 회의 후 중단했다. 
정권이 바뀌자 국방부가 인수위원회에 EDSCG 복원을 보고했다고 한다. 핵 전략 자산이 사실상 상시적으로 한반도에 배치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 공유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은 프랑스를 제외한 나토 회원국과 핵을 공유한다. B61 전술핵폭탄을 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터키에 배치하고 폭격 훈련도 함께한다.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나토식 핵 공유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는 “전술핵 반입은 피하면서 오키나와와 괌에 있는 것을 활용하는 협정이 필요하다”며 한국형 핵 공유를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핵 무장도 생각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의 독자 핵 무장 필요성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60%가 찬성한다. 미국에서도 아직 주류의 견해는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과 일본, 대만 모두 핵 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례에서 보듯 적대국의 핵 무장이 오히려 평화를 보장한다는 케네스 월츠의 ‘핵 확산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단기적 확장 억제에는 거부감이 덜하지만, 중기적 핵 공유나 장기적 핵 무장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핵 무장을 하면, 북한 비핵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효가 지난 주장이다. 북한에 핵 포기 의지가 없는 것에 더해 한·미 역대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전략도,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남북 간의 핵 균형이 무너진 것은 역설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다. 그때부터 한국은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술핵을 모두 반출했고, 북한은 오히려 본격적으로 핵 무장을 추구했다.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와 함께 체결된 비핵화 공동선언의 전문 제1조는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8개의 규정 가운데 북한은 사용 말고 모든 조항을 어겼다. 사실상 파기된 문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북한이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 물론, 북한은 공동선언으로 복귀할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파기됐음을 선언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중·장기적 핵 대응 태세를 갖추는 명분도 생기고, 핵 위협에 맞설 의지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겠다. 그동안 핵전쟁은 예상할 수는 있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 위협을 하면서 그런 선입관이 깨졌다. 나라 밖에서는 중국이 펄쩍 뛸 것이다. 한국의 핵전력 강화는 일본, 대만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나라와 함께 중국에 물어야 한다. 북 비핵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느냐고. 핵을 핵으로 억지할 수 있으면, 오히려 남북 간에 군사적 균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이제 남북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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