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예고한 문·윤 첫 회동 돌연 연기, 어이없다
상태바
국민에게 예고한 문·윤 첫 회동 돌연 연기, 어이없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3.17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배 주필

퇴임을 앞둔 대통령과 취임을 앞둔 당선인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정권 재창출이더라도 그럴 텐데, 정권 교체의 경우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개인적 관계도 우려를 증폭시킨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문·윤 회동이 더욱 필요하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중대한 도발이 진행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안보 환경이 악화일로인 데다,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하는 등 전방위 위기 상황이다. 국가 지도자라면 국민 불안을 줄이기 위해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16일 오찬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던 두 사람의 첫 회동이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연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유에 대해선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한다”고 했다. 어이없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한·일 정상회담처럼 꾸미려 하는가. 불가피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부 교체를 원만하게 진행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예고된 회동을 갑자기 연기하면서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면 이런저런 억측을 부추길 뿐이다.
실무 쟁점은 짐작할 만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공공연한 의제다. 윤 당선인이 “검찰을 이용해 많은 범죄를 저질렀으니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한 일도 있다. 민정수석비서관 폐지의 사유로 신상털기 등을 적시한 데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런 분노 때문이라면 그 ‘협량’부터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이 결렬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 2명에 대한 인선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 인사권을 두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회동 무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모 일간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은행 총재 인선 문제뿐 아니라 현재 임기가 끝나 공백인 감사위원 2명의 인선을 두고 양측이 충돌하면서 회동은 결렬됐다.
인수위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청와대가 감사위원 ‘알박기’ 인사를 통해 새 정부 국정 운영에 발목잡기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면서 “문 대통령의 임기가 5월 9일 끝나기 때문에 청와대는 후임 감사위원 2명 인선과 관련해 ‘윤석열 인수위’와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가 ‘친민주당’ 성향의 감사위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채 새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감사원의 사정을 보면, ‘신(新)권력’과 ‘구(舊)권력’이 충돌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감사위원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감사위원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감사원장과 6명의 감사위원이 멤버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국가 정책 등에 대한 감사 계획 등 중요 사안들이 감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감사위원회는 구성원 7명 중 4명의 찬성으로 의결이 이뤄진다.
현재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의 임기는 모두 4년이다. 현재 임기가 남아 있는 감사위원회 구성원은 모두 5명이다.
최재해 현 감사원장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후임으로 임명했다.
김인회·조은석·임찬우·유희상 감사위원 등 4명의 감사위원도 임기가 남아 있다. 이들은 모두 2019년~2021년에 임명됐다.
그러나 2018년 3월 7일 임기가 시작됐던 손창동·강민아 전 감사위원 모두 지난 6일 퇴임했다. 이 두 감사위원의 후임 인선을 놓고 다툼이 빚어진 것이다.
특히 현재 임기가 남아 있는 감사위원 4명 중 2명은 ‘친민주당’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김인회 감사위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2011년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공동 저술하기도 했다.
임찬우 감사위원 또한 2017년 이낙연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지냈다.
나머지 2명의 감사위원들 중 조은석 감사위원은 검사 출신으로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지내며 세월호 수사를 총괄했다. 유희상 감사위원은 감사원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지낸 내부 인사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감사위원 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감사 의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2명의 감사위원이 친민주당 색채가 뚜렷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공석인 감사위원 두 자리에 친민주당 성향의 인사들을 임명할 경우 감사위원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성원 4명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의 우려다.
이렇게 될 경우 경우 감사원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정치적 감사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새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해 표적 감사를 추진하면 국정 운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윤 당선인 측의 주장이다.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권을 놓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어떤 타협점을 찾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양측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신권력과 구권력의 충돌의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