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재민 행사 대통령 잘못 뽑고 후회하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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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재민 행사 대통령 잘못 뽑고 후회하면 늦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3.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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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미국과 중국 간 G2 패권 다툼에 러시아가 가세했다. 중·러 모두 황제·차르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듯한 행태에 글로벌 마켓 지표들이 휘청거린다. 당장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2%포인트 이상 깎였다. 9일 선거로 20대 대통령을 확정하는 한국으로서는 ‘힘’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상황은 지구 저편의 일이 아니다. 촘촘한 그물망으로 경제·정치·안보가 모두 얽혀 있다. 사태 추이에 따라 현실화할지 모르는 중국의 대만 침공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한반도에 가공할 파괴력을 몰고 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교한 구상에 따라 차곡차곡 진행돼왔다. 목표는 소련 시절의 패권 회복이다. 1999년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발탁됐을 때부터 꿈꿔온 야망이다. KGB 출신의 푸틴은 정보·군사·검찰·경찰 출신으로 구성된 ‘실로비키’ 그룹으로 권력 기반을 다졌다. 에너지복합체는 올리가르히(신흥재벌)에서 빼앗아 직접 챙긴다. 2024년 물러나야 하는 헌법상 제한도 없앴다. 2036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 야망 실행은 2000년 대선에 당선된 직후 시작했다. 체첸 반란군 진압(2002년) 및 연방 편입(2003년), 조지아 침공·굴복(2008년), 크름(크림)반도 강제병합(2014년) 및 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분리·독립(2022년 2월)으로 이어졌다. 이번에 성공하면 전쟁 도박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 타깃은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당장은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제든 발톱을 드러낼 수 있다. 대만 침공 카드다. 미국이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하면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두 개의 전쟁 전략’이 가능한지 재검토하는 배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범죄를 추궁하는 여론전, 경제제재 외에 구사할 카드가 빈약하다. 12일 시행되는 국제금융결제망(SWIFT) 제재에는 루프홀이 2개나 있다. 7곳 러시아 퇴출 명단에 1억명 고객의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 에너지 거래의 핵심인 가스프롬방크는 빠졌다.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는 유럽의 딜레마다. 푸틴은 오래전부터 외환보유액(1월 말 6302억 달러, 세계 4위)을 비축하고, 독자 결제망을 구축하며 제재에 대비했다. 시진핑 역시 미국 추월의 야욕을 숨기지 않고 중국특색사회주의·국가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며 전 세계에 시스템을 수출해왔다. 2018년 중국 헌법을 개정해 주석 임기 제한을 없앤 시진핑은 4일 공산당 양회(兩會)에서 장기집권 토대를 완성한 뒤 10월 제20차 공산당대회에서 2032년까지 주석직을 유지한다는 의지를 곧추세우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2025’로 미국과 한국의 초격차 산업을 맹추격하는 동시에 과잉 투자, 과도한 부채 속에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불안한 국면에 놓여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명백한 차이가 있다면, 그건 바로 한·미 동맹이다. 핵(核)을 포함한 미국의 확장 억지력 제공이 핵심이다. 문제는 한반도 유사시 “동맹으로서 피를 같이 흘려 달라”고 요청할 한국이 대중·대러 제재나 가치동맹에 참여하자는 미국의 요구는 건건이 외면하거나 뒷북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행태는 동맹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요인이다. ‘균형’ ‘조정’ ‘주도’라는 뜬구름 잡는 말로 국민의 생명과 안위, 기업·국가의 생존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은 그렇잖아도 수많은 위협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전쟁, 팬데믹, 버블 붕괴를 비롯해 경기침체 요인이 동시다발로 섞여 있다. 그나마 경제를 버텨주던 무역수지 흑자도 불안하다. 미국이 곧 양적 긴축과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긴축발작(taper tantrum)도 경계할 때다. 체감 물가는 통제 불능이다. 성장률이 받쳐주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도 있다. 정부가 능력 이상으로 재정을 퍼붓고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위기를 키우면 자본 유출과 국가신인도 하락,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다음 대통령이 힘과 판단력 결핍으로 국민을 지키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상황이라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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