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중소기업 울리는 일자리 미스매치 청년 취업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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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중소기업 울리는 일자리 미스매치 청년 취업난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2.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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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전국 대학의 전자공학과 졸업생은 매년 5000명이 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뽑는 신입사원은 1000명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에 취업해야 하는데 근무조건이 열악해 가지 않으려고 한다. 반도체 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이 정도니 다른 분야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5인 이상 기업이 고용하려고 했던 인력은 80만명이었지만 실제 채용은 69만명에 불과했다. 청년 취업난이 최악이라고 하는데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그런데도 대졸 취업률은 65%에 그치고 있다. 구인에 실패한 기업의 90% 이상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기업 임금은 월평균 500만원이 넘지만 중소기업은 250만원이 안 된다. 복리후생 등 다른 조건까지 고려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중소기업 취업자가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 얼마나 클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은 많고 보상은 형편없는 곳에 들어가느니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는 게 낫다는 청년도 적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청년 구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이 공무원·공공기관·대기업 취업을 희망했다. 어디든 상관없다는 응답은 16%로 ‘소수 의견’에 그쳤다. 일자리 미스매치로 청년과 중소기업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선 공약에도 빠져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세금을 투입해 일자리 총량을 늘리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도 뜬구름 잡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디지털·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 300만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를 위한 투자액은 135조원에 달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이 주도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중소기업 인력에 대한 지원을 아무리 늘려도 대기업 수준에 맞추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대기업 근로조건을 하향 평준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세금을 투입해 단기 알바 위주로 일자리 총량만 늘리는 정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알바 자리가 많아지면 중소기업에 가려는 젊은이가 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개할 개혁이 시급하다. 대기업이 강성 노조에 밀려 과도하게 임금을 올리는 관행을 차단하고 중소기업도 좋은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예산이 한정된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모든 중소기업에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은 실효성이 없다.
청년들이 원하는 직장을 더 많이 만드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히든 챔피언과 유니콘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은 최고의 일자리 정책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취업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심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도체 인력이 부족한데도 전공자조차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모순에 대선후보들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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