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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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교체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2.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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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3월 9일, 불과 23일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된다. 그러나 오는 3월 9일은 이전 새 대통령이 결정될 때와 같은 새로운 희망과 기대, 환희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외려 불안과 걱정, 두려움이 더 클 것이라는 말이 많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할 만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반대편에서 “나라를 떠나겠다”고 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똑같이 “어떻게 같은 하늘 아래에 사느냐”고 한다. 후보도, 국민도 증오·복수심에 빠져 두 쪽으로 갈린 채 “너만은 안 된다”는 죽기살기식 싸움이다. 

“선거에서 지면 없는 죄로 감옥 갈 것”이라는 정치 보복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협박성 발언도 난무하다. 이런 대선은 한 번도 없었다. 최선도, 차선도 아닌 최악을 피하는 ‘차악’을 택하는 대선이 됐다는 자괴감마저 일고 있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2000년 이후 선출된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더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이전 4명의 대통령처럼 국정 운영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이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역사상 처음 찾아온 천재일우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절박감도 있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200년 이상 지속한 국제 질서가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최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기업들의 놀라운 기술·제품 경쟁력, ‘K’로 상징되는 한국 노래와 드라마, 국방력 등 국력도 역대 최강이다. 우리는 대전환 시대를 국가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정치 리더십이 뒷받침을 못 하고 있다. 국가 발전 전략과 비전, 국격에 맞는 리더십을 제시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보이지 않자 “국운이 다한 게 아닌가” 하는 자조마저 나온다.
민주주의는 지도자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국민이 현명하면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제도다. 수많은 외세 침략과 식민지 고난을 겪고서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한 역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차악을 골라야 할 이번 대선에서 그래도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이대론 안 된다’, ‘바꿔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과 실천 의지를 가진 후보를 골라야 한다. 주요 대선 후보 중 주류 정치인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에 이미 답은 나와 있다. 국가 도약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 세력을 교체할 적임자가 누구냐 하는 문제다. 
바꿔도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 2000년 이후 치러진 6번의 총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절반가량이 물갈이됐다. 정권도 진보에서 보수로, 보수에서 진보로 두 번의 평화적 교체를 이뤘지만, 정치는 더 악화했다. 후보 중에 그나마 미래를 내다보고 개척할 수 있는 통찰력, 지지층뿐 아니라 반대층도 설득하는 능력과 용기, 최소한의 포용력 등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보수주의 아버지 격인 에드먼드 버크가 ‘프랑스 혁명 성찰’에서 “무질서보다 질서 있는 독재가 낫다”고 했다. 누가 나은지 분간하기 힘들 때는 그가 속한 당의 인물과 지향점을 보면 된다. 
투표는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는 일인 동시에 권력의 정당한 폭력을 감수하겠다는 굴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권력을 제대로 쓸 준비가 안 됐거나 감당하지 못할 후보나 세력에 자신의 권리를 양도해선 안 된다.
후보 선택만큼 투표율도 중요하다.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의회 투표에서 한 표 차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도 한 표 차로 권력을 잡았다. 당신의 한 표가 당신의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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