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리 초대개인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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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리 초대개인전 개최
  • 송미숙 기자
  • 승인 2022.01.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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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열정으로 철학적 사유를 현대미술로 풀어내는 문리 미술가의 초대개인전이 아트한 갤러리(대표 심주원)와 지후아트갤러리(대표 이정희)에서 열린다.
물의 속성을 탐구하고 해석해서 획(劃)으로 표현한 한국화 작품(50점)을 전시한다. 현대 한국화의 가치와 매력에 흠뻑 젖어 들 수 있는 전시라는 호평이다.

그의 작품은 형상을 덜어내고, 비운 후에 남은 획이다. 광목 위에서 일획으로 표출한 행위의 흔적이다. 물을 운용한 수묵화에서, 먹은 오묘한 물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미술평론가 조관용은 “그의 수묵은 시간과 공간으로 인해 서로 다르게 형성되어 온 심상들을 물의 이치, 자연의 이치를 통해 그 근원으로 되돌리고자 한다.”라고 평했다.
전시 주제는 물(水)이다. 물은 변화·선(善)·자유의 상징이다. 물은 넘쳐야 흐르고, 너무 오래 머물면 썩는다. 바위나 돌에 부서지고 높은 벽을 마주하면 잠시 머물러 속을 앓다가 무심하게 돌아간다. 
추운 겨울에 물은 얼음으로 잠시 머물고 있지만, 낮은 곳으로 흐르는 여정일 뿐이다. 물은 아상(我相)이 없다. 물은 어떤 소리도 낼 수 있고 어떤 맛으로도 변할 수 있지만, 자기 소리·빛깔·맛은 따로 없다. 
하지만, 만물을 통해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흐르고 흐르다 절벽을 만나면 겁 없이 몸을 내던져 꽃을 피운다. 그래서 폭포를 물꽃이라 한다.
주재료는 한지나 광목천 위에 먹을 사용했다. 물로 먹을 운용한 수묵화(水墨畵)이다. 광목은 화선지나 한지에 비해 먹 번짐이 둔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광목을 물에 빨고, 말려서 사용했다. 이 과정도 물의 힘에 빚을 진 것이다.
마냥 즐거운 창작은 불행히도 인생의 전반부에 막을 내린다. 창작의 즐거움 대신 남들의 매서운 시선과 자의적 기준이 남긴 상처들이 쌓인다. 그것을 이겨낸 사람만 살아남아서 창작활동을 하고, 이 특정한 사람을 예술가라 칭한다. 이들은 창조가 주는 즐거운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창작소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니, 보내야만 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격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섬 같은 공간. 속도를 늦추고 질주하는 관성이 멈추는 곳이다. 모든 미술가는, 삶의 중심에 버티고 있는 커다란 외로움 그 고독의 무게를 이겨내야 한다. 
문리는 “꽃잎보다 가벼운 눈이 내리고 있다. 저 눈도 쌓이면 무거워지는 법. 무게 없는 생각들도 쌓이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털어내야만 젖지 않는다. [...] 중심을 가지되 가볍게 살기 위해 내일도 작업실의 즐거운 고통을 즐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리는 전북대학교 미술학 박사, 창작·평론·기획자이다. 파리·서울·대전·전주에서 24회 개인전을 했다. 중국 베이징 쑹좡현대미술문헌관 학술위원이고, 여수국제미술제 예술감독 2021,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으며(2015~2020), 저서로는 '현대미술, 개판 오 분 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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