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돈 공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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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돈 공부하는 것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1.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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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삶을 ‘행복’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행복은 온 인류의 희망이다. 만약 이 세상에 행복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정작 ‘행복한 삶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선뜻 답을 못한다. 행복이란 말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설사 어렵게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렸더라도 결국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행복은 제각각이다. 행복은 그만큼 주관적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바로 ‘돈’이다. 돈이 있어야 의식주는 물론 육체적·정신적으로도 행복하다. 돈과 행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많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지만 소득과 행복 지수에 관련된 연구는 많이 나와 있다. 국민 소득이 오르면 행복 지수도 비례해서 올라간다. 기본적으로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행복해진다. 생각해 보라. 아무리 도통 군자라고 해도 밥을 굶고 있을 정도의 빈한한 삶이 어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그저 습관처럼 “돈 좀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곧잘 한다. 사고 싶은 옷이 있을 때도 돈이 있어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도, 몸이 아파 병원에 가거나,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달라고 할 때도 돈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돈만 생각하다 때론 돈에 지기도 하고 돈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력만큼 쉽게 돈을 벌지는 못한다. 월급쟁이들이야 매월 일정한 금액이 통장으로 들어오지만 장사를 하거나 하루하루 노동을 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인생은 태어나자마자 돈 공부를 해야 한다. 만약 돈 공부를 게을리했다간 인생을 힘들게 살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돈이 행복을 장악하고 있는 건 아니다. 만약 돈이 절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태어나면서부터 행복의 순위가 정해져 있어야 한다. 즉 우리나라 재벌이나 돈 많은 사람들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상반된 두 가지 주장이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와 “돈이 많을수록 행복하다”는 것이다. 다만 돈이 없을 때 어느 정도까지 불행해질 수 있는지, 돈을 통해서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게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실 돈이 있든 없든 우리의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내 삶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녹록지 않다. 사는 게 힘들 때도 있고, 늘 불안정하고 불안하며,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철학자 니체는 “위험하게 살아라. 베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라고 외쳤다. 안락한 삶을 거부하라는 명령이다. 가혹한 운명 속으로 뛰어들어 투쟁하라는 뜻이다. 그 투쟁 속에서 인간은 보다 강하고 심원하며 아름다운 존재로 고양된다고 니체는 믿었다. 그래서 초인이 등장한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란 “고난을 견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고난에게 얼마든지 다시 찾아올 것을 촉구하는 사람”이다.
또한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삶을 낙타와 같은 삶, 사자와 같은 삶, 그리고 어린아이와 같은 삶이 있다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낙타와 같은 삶이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고 행동하는 삶이며, 사자와 같은 삶이란 경쟁하고 투쟁하며 갈등하며 사는 삶이며, 어린아이의 삶이란 삶의 본질을 즐기며 순수하게 사는 삶이란 의미이다.
니체는 편안한 삶을 요구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이 잘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하루를 몰입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면 비로소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그런 자세로 살아간다면 미래에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버는 능력과 부자로 살아가는 능력은 별개다. 돈을 벌려고 악착같이 노력한다고 해서 돈이 벌리는 게 아니다. 사람에게는 돈의 그릇, 즉 자기가 수용할 수 있는 돈의 양이 있다. 갑자기 큰돈을 벌었지만 인생이 뒤죽박죽이 되는 사람이 있다. 로또 당첨으로 거금을 쥐었지만 몇 년 안에 쪽박을 찬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적절한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만, 도를 넘어서면 소유가 주인이 되고 인간은 노예가 된다. 따라서 재물의 과다(過多)는 사치와 오만을 낳고, 과소(過少)는 비굴과 자학을 낳는다. 궁핍하지 않고 풍족하지도 않은 것이 가장 좋은 삶이다. 가난도, 부유도 아니고 먹고살 만큼만 있으면 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매일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어찌 됐건 삶이란 결국 태어나 죽을 때까지 돈 공부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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