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두렁 태우기, 득보다 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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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두렁 태우기, 득보다 실 많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2.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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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윤 익산소방서 의무소방원 수방

소방서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논·밭두렁 화재로 인한 출동이 빈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논·밭두렁을 태우는 데 발생한 불씨가 인근 산림이나 주택으로 옮겨붙으면 큰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이유는 뭘까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해충 및 잡풀 제거 등의 이유로 논·밭두렁을 태우곤 했다. 태우고 남은 재는 거름이 되어 다음 농사를 풍요롭게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논·밭두렁을 태우기는 당연한 과정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또한 6,70년대에는 해충 박멸 등의 이유로 국가적으로 장려되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나 2020년대에도 이와 같은 방법을 유지하는 농업 종사자들이 많이 있다.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또는 이전 세대에게 보고 배운 대로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나의 과정으로써 고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논·밭두렁 태우기는 그 행위 자체로도 득보다 실이 많다. 농업 전문가들은 논·밭 태우기는 벼물바구미 등의 해충을 제거하는 데에는 큰 효과가 없고 반대로 농사에 도움을 주는 톡도기, 미세절지동물 등 다양한 익충이 제거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논과 밭에 존재하는 곤충 중 89%는 익충인 반면, 해충은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에 더해, 논·밭에서 발생한 불씨는 인근 산림이나 주택가로 옮겨 붙어 인명·재산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도 이러한 연소 확대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국의 들불·산불로 인한 출동 건수는 1621건이나 발생하였다.
따라서, 농촌 지역에서 논·밭두렁 태우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여야 한다. 불가피하게 소각을 실시해야 하는 경우 바람이 세지 않은 날을 선택하고, 사전에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여 소방차 배치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농촌 마을의 이장과 주민들이 논·밭두렁 태우기의 실상을 이해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가져 준다면, 논·밭두렁 태우기로 인한 화재 발생 및 피해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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