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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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생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2.0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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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돈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옛날에는 돈의 명칭을 전(錢), 또는 금(金)으로 불렸다. 고려 때나 조선시대에서는 패(貝), 구(龜), 천포(泉布), 도(刀), 백(帛), 맥(陌), 공방(孔方) 등으로 호칭됐다. 화폐라는 말은 고려 때부터 사용됐으나 그 외의 전(錢), 패(貝), 도(刀) 등은 중국에서 유래돼 사용됐다. 어느 대학 경제학 교수의 연구결과로는 칼 도(刀)에서 돈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중국의 화폐경제 초기에 쓰인 게 바로 칼 모양을 축소해 만들고 그 손잡이 끝부분에 구멍을 뚫은 도화(刀貨)였다는 것이다.
또한 ‘돈’은 한 사람이 많이 가지게 되면 칼의 화를 입기 때문에 그것을 훈계하기 위해 ‘돈’을 ‘刀’라 하고 그것을 ‘돈’으로 읽었다는 설이 있다. 고대 무덤에서 출토되는 명도전(明刀錢)과 같은 화폐가 칼 모양으로 생겼다는 것이 이 설명의 증거 자료로 제시된다. 그러나 ‘刀’에서 유래했다는 설은 ‘도’가 ‘돈’으로 바뀐 이유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누구든 돈을 좋아하고 돈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것은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마찬가지다. 특히 자본주의는 대량의 상품 생산과 물신화(物神化)를 통해 소비를 삶의 본질처럼 만든 경제체제로서 돈의 역할이 매우 큰 사회다. 돈이 많으면 맛있는 것을 먹고, 자고, 입고, 놀고, 즐기고 갖고 싶은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사실상 돈을 통해 사람을 부릴 수 있는 자본가가 한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정치인 다음가는 일종에 ‘왕’으로 군림하는 것은 사실이다.  
돈은 사유재산 개념이 생겨난 이래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유서 깊은 사상이다. 그리고 현대와 자본주의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가장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 되어왔던 건 언제나 부자였다. 사실 황금만능주의란 말도 현대에 와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있었다. 다만 그게 문제시되는 것은 황금만능주의에 반하는 인권사상 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인가. 사회의 각종 범죄, 즉 보이스피싱, 강·절도, 사기, 살인사건도 결국 돈 때문에 일어난다. 요즘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도 다 돈 때문이 아닌가?
돈은 교도소에서도 필요하다. 누구는 감옥 가면 국가에서 먹여 주고, 재워주고, 입혀준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돈이 있으면 감옥도 편하다. 우선 교도소에 들어가면 죄수복과 속옷, 치약, 칫솔, 비누 1개씩을 지급받는다. 다 사용하고 나면 그 다음부턴 사비로 구입해야 한다. 만약 칫솔을 쓰다가 부러지거나 팬티에 고무줄이 나가도 돈이 없으면 그냥 살아야 한다. 교도소 내에서도 양극화가 존재한다. 그 속에서 당한 돈 없는 설움은 사회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다. 그래서 없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을 시기·질투하기도 한다.
최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94개국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456억원이 걸려 있는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진다. 상금은 달콤하지만 게임은 잔혹하다. 패배한 참가자는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돈을 벌기 위한 문제적 드라마이다. 게임에 참여한 이들은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부지런하면서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돈, 돈, 돈’을 외친다. 많은 부를 쌓았으면서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뚜렷하다. 남들이 아무리 뭐라 하건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 기준으로 진행한다. 부자가 부자일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계획대로 뭔가를 끌고 갔기 때문이다. 만일 남들이 하자는 대로 갔다면 부자가 될 수도 없었다. 부자니깐 멋대로 가는 게 아니라 그렇게 했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참을성이 부족하다, 게으르다, 낭비가 심하다, 등은 가난한 사람들의 수식어다. 특히 부자들은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는다는 대답이 많았으나 가난한 사람들은 책 읽는 것을 게을리했다. 또 부자들은 매일 해야 할 일을 메모해둔다는 사람이 많은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기 위해 부자들의 생각과 습관을 따라 한다고 해서 금방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돈과 인생은 떼래야 뗄 수 없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돈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다. 아니 죽어서도 돈이 필요하다. 죽은 자의 묘 관리와 제사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과 인생, 인생과 돈. 인간은 돈을 만들지만 돈 또한 인간을 관리하고 지배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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