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누굴 찍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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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누굴 찍어야 하나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1.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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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되면서 사실상 대선 정국에 접어든 모양새다. 연일 뉴스에선 대선 후보들 기사가 넘쳐난다. 언론들이야 사명을 다하는 셈이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선 일견 짜증나는 일이다. 여야 모두 흠결 많은 대선후보들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대통령으로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우선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장난이 아니다. 가령 10월 19~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자. 대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에 대해 모두 “호감 가지 않는다”는 답변이 “호감 간다”는 답변을 크게 앞섰다. 가령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 후보 예를 들어보자.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에게 “호감 간다”는 답변은 각각 32%, 28%에 불과했다. 반면 “호감 가지 않는다”는 답변은 60%, 62%로 배를 넘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11월 16~18일 한국갤럽 호감도 여론조사에선 윤석열(37%), 이재명(32%), 심상정(29%), 안철수(25%) 후보순이었다. 비호감도는 안철수(68%), 이재명(63%), 심상정(60%), 윤석열(56%) 후보 순서였다.
한 달 만에 윤석열 오름세와 이재명 하락세가 뚜렷해 보이지만, 가장 낮은 비호감도가 56%다. 4명 모두 국민 10명 중 5~6명이 호감을 갖지 않는 대통령 후보들이다. 이들 중 1명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고,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후보들에 대한 지지 열기는 낮고, 비호감도는 높은 대선은 처음이”(한겨레, 2021.11.8.)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보다 크게 앞섰으면서도 이른바 당심에 밀려 탈락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11월 16일 “이번처럼 막장드라마 같은 대선은 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경선 과정에선 “범죄자끼리 붙는 대선”을 언급하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명·윤석열 모두 흠결 많은 대선후보라는 얘기다. 먼저 윤석열 후보의 경우다. 후보 본인과 가족, 측근 관련 사건이 무려 8건이나 된다. 공수처 3건(옵티머스펀드사기 부실수사의혹, 한명숙 전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관련 수사방해 의혹,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검찰 5건(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는 2건(대장동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다. 홍준표 의원이 “비리 혐의자끼리 대결하는 비상식 대선”이라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와의 맞대결을 비하한 이유 내지 근거라 할 수 있다. 공수처와 검찰 수사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는 제20대 대통령선거인 것이다.
수사 건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왜 당원들과 국민들은 이런 사람들을 대통령 후보로 뽑았는지 의문이 생겨서다. 또 홍 의원은 청년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 내 청문홍답(靑問洪答·청년이 물으면 홍준표가 답한다) 코너에서 “윤 후보가 대통령 되면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갈지 의문”이라는 글에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고 답했다.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선대위 불참 등 ‘나홀로’ 행보가 볼썽사나워 보이긴 하지만, 홍 의원의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는 지적이 맞긴 하다. ‘뭐 저런 검찰총장이 다 있나’(전북연합신문, 2021.3.18.)에서 제법 장황하게 말했듯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 에 이은 대통령 당선은 낯설기 그지 없는 일이다.
최근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은 국민의힘을 다시 살려내고 윤석열을 제1야당 후보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100%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은 말이다. 다만, 그런 그가 어떻게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발돋움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웃기는 나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인과관계의 조합이다.
거기서 떠오르는 건 이명박·박근혜 두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다. 없는 걸 억지로 만들어낸 게 아니란 점에서 정치보복이라 할 수 없지만, 그것이 보수 진영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건 엄연한 현실이다. 현 정부의 검찰총장을 제1야당 국민의힘이 자당 대선 후보로 내세운 이유다. 이충재 주필은 이렇게 말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보수층의 강한 지지는 이런 배경을 빼놓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적에게 버림받은 유능한 장수만큼 차도살인(借刀殺人)에 적합한 도구는 없다. 자신들의 주군(主君)을 멸한 사람을 너그럽게 품은 이유가 뭐겠는가. 그간 쌓인 치욕과 열패감을 깨끗이 씻어 달라는 주문”(한국일보, 2021.11.2.)이라는 건데, 일리 있는 지적이다.
또한 “그들에게 윤석열은 반드시 손봐야 할 대상이다. 조국 전 장관 일가족을 도륙하고 문재인 정부를 배신해 나락으로 빠뜨린 ‘배신자’ 아닌가. 비주류지만 ‘싸움닭’ 이미지를 가진 이재명을 후보로 선택한 것도 푸닥거리의 적임자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된 셈이지만, 대통령으로 누굴 찍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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