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진흙탕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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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진흙탕 싸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0.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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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나는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을 앞두고 ‘신사적 대선전은 아직도 요원한가’(전북매일신문, 2012.11.27.)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야권단일화 논란을 포함, 대략 “국정 책임자를 새로 뽑는 축제 같은 분위기는 어디서도 감지되지 않는다. 축제분위기는커녕 이른바 구태정치라는 ‘구린내’가 진동한다”는 요지의 글이다.
그로부터 9년 가까이 지나 제20대 대통령선거를 5개월여 앞둔 지금도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경쟁자였던 이낙연 후보측 이의제기로 논란이 일었지만, 당무위원회가 소집돼 이재명 경기지사를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최종 추인했다.

이낙연 후보는 승복을 선언했지만, 그러나 원팀이 원활하게 작동될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제18대 대선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섣부른 예단이 생기기까지 한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해 야권이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되었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원팀과는 거리가 멀었고, 결국 패배한 제18대 대선 데자뷔라 할까.
그런데 제1야당 국민의힘은 10일 이재명 대선후보 선출과 관련해 축하와 함께 선의의 경쟁을 당부하는 덕담을 건네는 관례를 벗어나 총공세를 예고했다. 임승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지만 큰 우려부터 앞선다”며 “이 후보는 자신의 최측근이 대장동 게이트에 연루되었음에도 뻔뻔하게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국민들을 속이려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장동 게이트가 자신의 목을 조여오자 이 후보는 요란하게 입을 움직이며 엉뚱한 비유를 일삼고 있다”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이재명식 ‘아수라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후보가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보는 특검 수용”이라며 “본인이 떳떳하다면 요란한 입을 닫고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공격당하는 후보를 꼭 대선에 내세워야 했는지 의문인데, 당내 경선 4강전을 치르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반응도 비슷하다. 한국일보(2021.10.11.) 보도 내용을 요약해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 “앞으로 국민을 위해 좋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며 “본선에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청와대가 아니라 대장동 비리로 구치소에 가야 할 사람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며 “전과 4범이 대통령이 된 일은 유사 이래 없었다. 대선이 범죄자 대선이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무튼 “축하한다”며 “우리로서는 참 고마운 일”이라고 ‘뼈 있는’ 말을 전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후보가 됐다고 대장동 게이트를 덮을 수는 없다. 그렇게 떳떳하다면 특검과 국정조사를 빨리 하자”라며 “이제 우리 당의 선택만 남았다. 이재명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 유승민이 이재명을 확실하게 이긴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 후보와 싸워서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가 바로 원희룡”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입장을 내 “국민적 요구인 특검을 통해 대장동 게이트의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안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민주당이 지니고 있던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높은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셨다”며 위로를 전했다.
거기서 키워드는 ‘대장동’이다.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민간 개발업자들이 엄청난 수익을 챙긴 게 쟁점화되어 대선 정국의 뇌관이 되다시피한 사건이다. 정책이나 비전에 대한 다툼은커녕 그로 인해 국민이 겪지 않아도 될 짜증과 피로도가 이미 역대급에 도달한 지경이니 이래도 되는지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의아한 것은 피아간 구분이 안된다는 점이다. 가령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는 물론 대선 주자들까지 민주당의 이재명 제20대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며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수령 등 지금까지 드러난 관련자 대부분은 그쪽 인사들이다. 도대체 뭐가 뭔지 헷갈리는 대장동 게이트라 할 수 있다.
검찰과 경찰 수사로 진실이 일단 밝혀지겠지만, 제17대 대선 정국을 강타한 2007년의 이른바 BBK 사건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시 검찰은 혐의 없다며 이명박 후보 손을 들어줬지만, 2018년 재판에선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며 구속·기소했고, 지난해 10월 29일 대법원 판결로 최종 확정된 바 있다.
한편 이재명 후보 역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주자에게 “마치 친일파가 신분을 위장해 독립군 행세를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대장동 진흙탕 싸움 이것부터가 신사적 대선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과연 그러고도 국민을 위해서 집권하려는 정당들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래저래 뽑을 후보가 없다는 민심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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