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법, 의사·환자 피해 최소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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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법, 의사·환자 피해 최소화 해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0.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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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시조시인·서예가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해온 수술실 내 폐쇄회로(CC) TV 설치법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5년 관련 법안의 첫 국회 제출 이후 6년 만이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병원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로 달아야 하며 환자 요청이 있으면 촬영해야 한다. 또한 환자나 보호자 요청이 있으면 수술 과정을 녹음 없이 촬영해야 한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동의를 받는 경우 녹음도 가능하다. 수사 또는 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의 동의가 있으면 열람도 할 수 있으며, 비용은 요구자가 부담한다.
CCTV 설치 비용은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관장은 CCTV로 촬영한 영상 정보가 분실·도난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촬영 영상 정보는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촬영 정보를 유출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3개 단체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나라가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CCTV 설치 조항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헌법소원 등의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CCTV 설치는 2014년 수술실 생일파티와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의료실 내 성범죄 등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국민 10명 중 7명 꼴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이는 최근 수술실 내 의료사고와 비(非)의료인의 대리수술 사례 등이 잇따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경기도처럼 수술실 CCTV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나오고 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수술실의 불투명한 구조를 문제로 삼는다.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 특성상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부정한 의료행위나 성범죄 등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술실은 특성상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때문에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나 의료사고 성범죄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진실을 밝혀내기 어렵다. 최근 무자격자의 조직적 대리수술로 사회 문제가 된 인천·광주의 척추전문병원이 수년간 대리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만약 수술실 내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면 환자를 기만하는 이 같은 후안무치한 불법을 저지를 생각조차 못했을 게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마당이다.
물론 그 누구도 감시받으며 일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수술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감시받는다고 생각하면 뭔가 찝찝할 것이다. 감시하는 사회는 공공에 대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없다. 수술실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유가 의사에게 주어져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불가피하게 환자의 환부나 나체 등 민감한 부분이 영상에 담길 수도 있다. 만일 CCTV로 인해 수술실에서 개인의 민감한 부위가 노출돼 있는 CCTV 영상이 해킹되거나 유출되어 SNS나 블로그에 퍼진다면 사생활 침해 등 인권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왜 CCTV 설치에 찬성하는지 의료계는 각성해야 한다. 대리수술, 음주 수술, 의료진의 성범죄 등 범법 행위가 끊이지 않아 환자는 불안하다. 한 대학 노동조합은 모 병원에서 A교수가 수술 도중 간호사들을 향해 수술용 칼을 던지고 초음파 기계도 바닥으로 집어던졌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의료진의 위축이나 사생활 침해 우려는 CCTV 열람 조건을 엄격히 해 해결할 수 있다. 이미 어린이집의 CCTV 설치가 의무이고 운전기사도 블랙박스를 통해 작업이 전부 녹화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의사와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함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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