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전세대출 막으면 세입자들 어디로 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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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 전세대출 막으면 세입자들 어디로 가란 말인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0.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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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억제 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당장 전세금을 올려줘야 할 처지인 세입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세대출까지 막힐 우려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세대출과 관련해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세입자들 반발이 커지자 금융위로서도 부담감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은행 일선 창구에서는 벌써 대출가뭄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드라이브를 걸자 은행권은 연일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전세대출도 이런 규제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 목표치(연 5~6% 증가)를 초과한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대출을 이미 중단했고, 국민은행은 29일부터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전세대출 절벽이 벌써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계부채가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만큼 정부가 위험 관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느슨했던 가계부채 관리 때문에 주택 갭 투자가 폭증했고, 결국 집값 급등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가계부채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1765조 원으로, 1년 전보다 9.5%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올해 8월 말 119조원으로 1년 새 14%나 늘었다.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세금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상황에서 실요자들의 돈줄을 막으면 그 피해는 세입자들에게 오롯이 돌아간다. 금융당국의 전세대출 옥죄기 움직임에 세입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반시장적인 임대차 3법을 도입해 전월세 가격을 폭등하도록 해놓고 이제 와서 전월세 대출을 막으면 세입자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추가 대책을 예고하고 있는데 전세대출 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섣불리 전세대출에 손을 댔다가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전세 난민이 되거나 월세로 내몰릴 위험이 커진다. 옥석을 가려 실수요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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