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분 나쁜 세금 건강보험료
상태바
가장 기분 나쁜 세금 건강보험료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9.14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이른바 소득 하위 88%에 들지 못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 옆자리 강남 사는 외벌이는 받고 맞벌이 전세 사는 나는 못 받았다”, “아내랑 둘이 합쳐서 실수령 월 600도 안 되는데 왜 내가 상위 12%냐”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차도 없고 집도 없는데 상위 12%라는 게 말이 되냐”는 울분도 터져나오고 있다. 비슷한 연봉이라도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사례가 생기면서 쏟아진 혼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연봉뿐 아니라 가구원 전체 소득과 재산을 모두 고려하는 까다로운 건강보험료를 지급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부가 혼란을 자초한 셈이다.

10일 밤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5일 동안 7만2200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1만4400건에 해당하는 많은 숫자다. 이보다 앞선 8일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례가 폭주하고 있다”며 홍남기 부총리를 질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부부 소득이 월 600도 안되고, 차와 집이 없는 사람조차 부자 12% 안에 든다면 대한민국이 문제가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 정도라면 얼마 전 공식 진입했다는 선진국은 커녕 빈국 중 한 나라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서다.
어 의원은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애초부터 전 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보편 지급을 주장했다”고 재차 비판했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국민들 삶을 감안하면 백번 옳은 말이다. 죽은 아들 뭣 만지기지만, 겪지 않아도 될 괜한 고통을 또다시 안긴 국민지원금이란 점에서 어 의원의 전 국민 지급은 백번 옳은 소리로 다가온다.
그런데 헤럴드경제(2021.9.8.)에 따르면 특히 국민지원금 등 정부 정책에서 맞벌이 부부가 소외를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런 우려를 반영, 국민지원금을 설계할 때 맞벌이 가구에 혜택을 줬다. 가구 내 소득원이 2인 이상인 맞벌이 가구는 가구원이 한 명 더 있는 것으로 간주해 기준표를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 혜택만으로 구제받은 맞벌이 가구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료 모의계산기에 따르면 2인 가구 외벌이 직장인 월급이 520만원일 경우 건보료가 19만8900원으로 국민지원금을 받는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직급인 2인 맞벌이 가구는 배우자가 한 달에 135만원만 벌어도 건보료가 5만1630원이라 국민지원금 지급 상한선인 25만원을 웃돈다.
임금이 같은 2인 맞벌이 부부는 월급 327만 원(건보료 12만 5080원) 이상부터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이를 두고 한 직장인은 “직장에 모두 다니는 웬만한 30, 40대 맞벌이 부부는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임금이 100만원대인 공공근로만 해도 국민지원금에서 제외될 판”이라고 말했다.
하긴 남들 얘기만 할 게 아니다. 내가 소득 상위 12% 국민인 줄 나도 이번에 처음 알고 깜짝 놀랐으니까. 부부교사였던 나는 재직시절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란 소릴 듣곤 했다. 그때마다 그냥 씩 웃고 말았지만, 이렇게 국민지원금을 못받게 될 줄은 몰랐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부부교사였던 나와 배우자가 퇴직후 공무원연금을 월급처럼 받고 있으니 맞벌이에 속하는 2인 가구라 할 수 있다. 우리 부부가 받는 연금은 월 650만원쯤이다. 32년과 35년을 각각 개고생해가며 일군 나름의 노후 대책이다. 퇴직하면서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월급처럼 수령을 결정한 연금이기도 하다.
부부교사였던 내가 퇴직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1단계 개편’(2018년 7월)에 따라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처음 낸 건강보험료는 14만7150원(2018년 8월 납부)이다. 이게 6개월 만에 19만5100원(2019년 2월 납부)이 되더니 다시 1년 후 29만8120원(2020년 2월 납부)으로 올랐다. 그러니까 2년 만에 두 배 이상 오른 건강보험료인 것이다.
그리고 또 10개월 만에 33만280원(2020년 12월 납부)이 되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34만3820원(2021년 2월 납부)으로 올라 지금도 그렇게 내고 있다. 나보다 2년 늦게 퇴직한 배우자의 연금소득 등이 추가돼 그랬다는 설명인데, 가히 기하급수적 오름폭인 건강보험료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내가  12% 안 부자라면 대한민국은 문제가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아도 1년치 재산세보다 훨씬 많은 건강보험료를 매달 내는 걸 어떻게 이해할지 앙앙불락(怏怏不樂)하던 참이다. 그 건강보험료로 인해 문 대통령이 ‘온 국민이 으샤으샤 힘을 내자’면서 주는 국민지원금까지 못받게 됐으니 이러려고 부부교사를 했나 싶다. 아무튼 내게는 가장 기분 나쁜 세금 건강보험료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