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이른바 소득 하위 88%에 들지 못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 옆자리 강남 사는 외벌이는 받고 맞벌이 전세 사는 나는 못 받았다”, “아내랑 둘이 합쳐서 실수령 월 600도 안 되는데 왜 내가 상위 12%냐”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차도 없고 집도 없는데 상위 12%라는 게 말이 되냐”는 울분도 터져나오고 있다. 비슷한 연봉이라도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사례가 생기면서 쏟아진 혼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연봉뿐 아니라 가구원 전체 소득과 재산을 모두 고려하는 까다로운 건강보험료를 지급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부가 혼란을 자초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부부 소득이 월 600도 안되고, 차와 집이 없는 사람조차 부자 12% 안에 든다면 대한민국이 문제가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 정도라면 얼마 전 공식 진입했다는 선진국은 커녕 빈국 중 한 나라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서다.
어 의원은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애초부터 전 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보편 지급을 주장했다”고 재차 비판했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국민들 삶을 감안하면 백번 옳은 말이다. 죽은 아들 뭣 만지기지만, 겪지 않아도 될 괜한 고통을 또다시 안긴 국민지원금이란 점에서 어 의원의 전 국민 지급은 백번 옳은 소리로 다가온다.
그런데 헤럴드경제(2021.9.8.)에 따르면 특히 국민지원금 등 정부 정책에서 맞벌이 부부가 소외를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런 우려를 반영, 국민지원금을 설계할 때 맞벌이 가구에 혜택을 줬다. 가구 내 소득원이 2인 이상인 맞벌이 가구는 가구원이 한 명 더 있는 것으로 간주해 기준표를 적용키로 했다.
임금이 같은 2인 맞벌이 부부는 월급 327만 원(건보료 12만 5080원) 이상부터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이를 두고 한 직장인은 “직장에 모두 다니는 웬만한 30, 40대 맞벌이 부부는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임금이 100만원대인 공공근로만 해도 국민지원금에서 제외될 판”이라고 말했다.
하긴 남들 얘기만 할 게 아니다. 내가 소득 상위 12% 국민인 줄 나도 이번에 처음 알고 깜짝 놀랐으니까. 부부교사였던 나는 재직시절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란 소릴 듣곤 했다. 그때마다 그냥 씩 웃고 말았지만, 이렇게 국민지원금을 못받게 될 줄은 몰랐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부부교사였던 나와 배우자가 퇴직후 공무원연금을 월급처럼 받고 있으니 맞벌이에 속하는 2인 가구라 할 수 있다. 우리 부부가 받는 연금은 월 650만원쯤이다. 32년과 35년을 각각 개고생해가며 일군 나름의 노후 대책이다. 퇴직하면서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월급처럼 수령을 결정한 연금이기도 하다.
부부교사였던 내가 퇴직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1단계 개편’(2018년 7월)에 따라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처음 낸 건강보험료는 14만7150원(2018년 8월 납부)이다. 이게 6개월 만에 19만5100원(2019년 2월 납부)이 되더니 다시 1년 후 29만8120원(2020년 2월 납부)으로 올랐다. 그러니까 2년 만에 두 배 이상 오른 건강보험료인 것이다.
그리고 또 10개월 만에 33만280원(2020년 12월 납부)이 되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34만3820원(2021년 2월 납부)으로 올라 지금도 그렇게 내고 있다. 나보다 2년 늦게 퇴직한 배우자의 연금소득 등이 추가돼 그랬다는 설명인데, 가히 기하급수적 오름폭인 건강보험료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내가 12% 안 부자라면 대한민국은 문제가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아도 1년치 재산세보다 훨씬 많은 건강보험료를 매달 내는 걸 어떻게 이해할지 앙앙불락(怏怏不樂)하던 참이다. 그 건강보험료로 인해 문 대통령이 ‘온 국민이 으샤으샤 힘을 내자’면서 주는 국민지원금까지 못받게 됐으니 이러려고 부부교사를 했나 싶다. 아무튼 내게는 가장 기분 나쁜 세금 건강보험료다.
저작권자 © 전북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