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보다 더 무서운 식량전쟁 안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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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 보다 더 무서운 식량전쟁 안보(3)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8.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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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수면으로 부상한 새만금 활용 방안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새만금에 곡물 가공유통 기지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새만금 간척지의 토지 면적은 291㎢(2만9100㏊)로 강화도(302㎢)만 한 땅이 새로 하나 생긴다. 이런 새만금에 식품가공수출단지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10여 년 전부터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곡물가공유통 기지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비교적 최근에 제시됐다.
이런 아이디어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aT 취임 직후부터 ‘식량 콤비나트’라는 이름으로 새만금에 곡물 가공유통 기지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그가 구상하는 곡물가공유통기지는 새 만금 신항만 배후단지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새만금에는 현재 5만t급 선박 9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대규모 항만이 건설되고 있다. 이 항만에는 250만평 규모 배후 용지도 함께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곡물터미널과 가공기지 등을 건설해 동북아시아의 곡물 거래 허브로 만들자는 것이다.
새만금 신항만은 2025년까지 2선석 규모로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우선적으로 35만평 규모 배후 용지가 완성된다. 김 사장은 “밀과 옥수수, 콩과 같은 곡물을 해외에서 들여와 가공도 하면서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기지를 건설하면 식량안보 측면에 획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터미널과 가공기지 자체가 비축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사시에 곡물을 가장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식량 콤비나트’는 경제성이 관건

곡물터미널 비즈니스에 먼저 눈을 뜬 것은 MB정부였다. 당시 aT가 정부 예산으로 해외 곡물터미널을 인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허사였다. 세계 곡물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주요 업체들의 방해 공작 때문이었다. 이른바 ‘ABCD’라고 하는 ADM, 번기, 카길, 드레퓌스 등 4대 곡물 업체는 자신들만의 리그에 이방인이 뛰어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던 것이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2019년 우크라이나에서 국내 처음으로 곡물터미널을 인수해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팬 오션은 작년에 미국 워싱턴 주 롱뷰항의 곡물터미널에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세계 곡물시장에 한 발짝 들어서는 성과를 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연간 출하 가능 물량은 250만t에 달한다. 이는 연간 국내 밀 수요량(330만t)의 76%에 달하는 물량이다. 곡물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곡물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만금에 이런 곡물터미널과 함께 제분 등 가공 공장까지 들어선다면 세계 곡물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역할과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곡물을 수입하는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곡물을 필요로 하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저장 공간 부족과 비용 부담으로 충분한 양의 곡물 비축을 생각하기 어렵다”며 “정부 주도로 국내 항만에서 곡물터미널과 사일로(원통형 저장시설), 가공시설 등이 운영된다면 국내 식품업체로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아이디어가 실현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있다. 세계 곡물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생산지에서 선적해 곧바로 수요지로 운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생산된 곡물이 제3국을 거쳐 수요지로 이동하면 하역과 선적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해외 곡물거래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곡물을 생산지에서 싣고 들어와 내렸다가 다시 수출하는 모델로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원물 그대로를 단순 중개하는 사업보다는 원물을 들여다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할 수 있는 한국적 사업 모델을 잘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언젠가 세계 식량전쟁이 벌어진다면 이는 원자폭탄 보다도 더 무서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우리 정부는 농업정책을 식량 안보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그린벨트와 절대농지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법을 강화해 최소한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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