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은 제국주의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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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은 제국주의 잔재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7.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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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해 5월 25일 미국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널리 알려진 대로 플로이드는 경찰 데릭 쇼빈에게 8분 46초 동안 목을 짓눌려 숨졌다. 이 사건은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미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서 집회가 이뤄진 사건으로 번졌다.
최근(6월 28일) 그 경찰에게 징역 22년 6개월이 선고되었단 소식이 전해졌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이 있지만, 사실은 미국에 대해 반미(反美)까지는 아니어도 선망이나 동경은 커녕 썩 좋은 인상이나 감정을 가진 게 아니어서 ‘미국이라는 나라2’(전북연합신문, 2020.12.9.)란 칼럼을 쓴 후 그만 관심을 끄거나 잊으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지난 4월 11일 20세 흑인 남성 돈트 라이트가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지는 등 이후에도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한 사건이 또 벌어졌다. 라이트는 운전 중 경찰의 지시로 차에서 내렸지만, 다시 탑승했다가 총에 맞았다. 라이트는 총에 맞은 채 차로 도주하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현장에서 숨졌다.
또다시 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소식이 전해지자, 동아일보(2021.4.14.)에 따르면 4월 11일 밤 10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서에 돌을 던지고 주변 상점의 유리창을 깨는 등 항의했다. 경찰은 최루탄 등으로 맞대응했으며 주방위군은 병력을 증강했다. 일원에는 야간 통금령이 내려졌다. 미네소타주를 연고로 하는 야구·농구 프로팀의 안방경기가 취소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4월 12일에도 거리로 나와 경찰과 밤늦게까지 대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희생자를 애도하며 평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 사건으로 작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전국적으로 벌어진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가 재점화되며 사회 불안이 초래될 것을 우려해서라는 것이 보도 내용이다.
라이트가 경찰의 총에 맞은 장소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지점으로부터 불과 10여 km 떨어진 곳이라 더 충격적이다. ‘다음백과’에 따르면 인종차별은 경제적·정치적 우월 집단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구약성서 시대의 이집트인들이 조직적으로 유대인을 탄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럴 경우 인종차별은 사실상 민족차별의 형태로 나타난다.
인종차별이 피부색의 차이를 근거로 작동된 대표적인 사례는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만든 일이다. 특히 미국에서 아프리카인들을 포함한 유색인들을 백인과 다른 존재로 간주하는 제도가 유지되면서 인종차별이 공식적인 사회제도로 채택되었다. 이는 유사한 영연방 국가들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사 이래 인간 집단 사이의 대립과 충돌이 항상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해왔지만, 인종차별은 특히 남의 땅을 무력으로 빼앗거나 식민지로 만드는 제국주의(帝國主義) 시절에 절정을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종차별은, 이를테면 제국주의의 잔재인 셈이다. 잔재이기에 없어져야 할 유산임은 물론이다.
더 큰 문제는 인종차별이 장삼이사(張三李四)뿐 아니라 한국계 미국 정치인, 월드 스타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가령 앤디김 연방하원의원은 기차에서 옆자리 여성이 멀리 떨어져 앉으라며 고함을 질렀다고 인종차별 경험을 공개했다. ‘한국 사위’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자신의 아시아계 가족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토로하기도 했다.
‘버터’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조차 그들이 겪은 인종차별과 그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은 바 있다. 방탄소년단은 “저희는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기억이 있다”며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봤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저희의 경험은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지만 그때 겪은 일들은 저희를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앗아가기도 했다”면서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건 저희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도 인종차별을 당했다. 지난 4월 12일(한국시간) 맨유 와의 1대 3 패배 후 그 팬들이 손흥민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들에 “DVD나 팔아라”, “손흥민은 한국 드라마 배우”, “돌아가서 개나 먹어라”, “팀에서 가장 눈이 작은 선수”, “쌀 먹는 사기꾼” 따위의 경기 내용과 상관없는 욕설과 인종차별적 댓글을 달았다.
영국은 과거 바이킹 시절은 그만두더라도 일본에 앞서 ‘대영제국주의’ 깃발을 날렸던 나라다. 손흥민뿐 아니라 자메이카·터키·세네갈 출신 등 다른 EPL 선수들도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들은 그들이 침략을 일삼던 대영제국 후예들인 점을 상기시킬 뿐이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인종차별을 자행하는 것인지 가소롭기 그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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