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제1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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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제1야당 대표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6.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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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6월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43.8%의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이 새 대표는 70%를 반영하는 당원투표에선 나경원 후보에게 5200여 표 뒤졌지만, 국민 여론조사(30% 반영)에서 58.76%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최종 합산 6.68%포인트 차로 나 후보를 누르고 제1야당대표가 되었다.

우선 축하할 일이다. 헌정사상 최연소인 36세 제1야당 대표가 되어서다. 국회의원 선거에 3번이나 떨어진, 그래서 0선인 30대 청년 정치인의 화려한 비상이라 할 수 있어서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이준석 신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조짐이라고 생각한다”며 축하했을까.

36세 제1야당 대표는 깜짝 놀랄 일이기도 하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탄핵 이후 자주 바뀐 당명이 보여주듯 지리멸렬을 거듭해온 보수정당의 젊은 피 수혈을 통한 새로운 리더십을 예고한 것이어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광주에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는 등 환골탈태하려는 국민의힘 변화의 몸짓이 정점에 이른 듯해서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이라며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당부했다. 당선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냉정히 말하면 그의 개인기보다 변화에 대한 어떤 흐름이 36세 제1야당 대표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는 기존 정치판을 뒤엎은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내년 대선 승리를 고대(苦待)하거나 예약하고자 하는 보수 유권자들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특별한 지역적 기반이나 조직 동원력이 없던 이 대표에게 적지 않은 당심(37.41%, 득표수 5만 5820표)이 모인 것은 전통 지지층이 민심을 따라 ‘전략적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가령 6월 3일 보수의 본산인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한 이 대표 지지세가 꺾이긴커녕 오히려 가파른 상승으로 나타난 게 그렇다. 머니투데이ㆍ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실시한 PNR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5월 8일 8.6%였던 이준석 후보 대구ㆍ경북 지지율은 6월 5일 48.7%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 탄핵과 관련 그 지역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또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제1야당의 변화된 모습이라 할만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영남 중심, 고연령, 보수적 당원들도 결국은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을 좇아 전략적 선택을 한 것”(한겨레, 2021.6.12.)이라고 분석했다.

 
전략적 선택이라고? 그렇다면 이준석은 무슨 세대교체 신호탄이 아니라 보수 유권자들의 쓸모에 따라 잠시 선택된 것일 뿐이란 해석이 가능해진다. 호남 유권자들이 2002년 대선 승리를 위해 부산 출신 노무현 후보를 선택해 성공했듯 2030 젊은 층 유권자를 끌어모으려고 36세 당 대표를 선택한 것이라는 얘기다.

하긴 보수 야당 지지자들은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20~30대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등 돌리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20~30대 유권자들을 보수 야당 지지로 흡수할 수 있다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보수 지지 유권자들도 내년 대선 승리 및 정권교체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한편 국민의힘 6ㆍ11전당대회에선 또 하나 이변이라 할 결과가 나왔다.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3자리를 여성 정치인이 차지한 것이다. 청년 돌풍으로 30대 당 대표가 탄생한 데 이어 거센 여풍까지 불어닥친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호남(전북) 출신의 초선 조수진 의원이 24.11%로 1위를 차지한 것 역시 보수정당사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 1, 2위(22.15%)를 차지한 조수진ㆍ배현진 의원은 둘 다 초선이다. 이 대표 공언대로 원외 여성 인사가 지명직 최고위원이 되면 국민의힘 지도부 8명 중 여성 정치인은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남성 중진 일색이었던 국민의힘 지도부에 여성ㆍ청년이 다수 진입한 자체만으로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성한용 기자의 “조수진ㆍ배현진ㆍ김재원ㆍ정미경 최고위원의 특징은 강한 ‘전투력’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의 전투에서 밀리지 않을 ‘싸움꾼’들을 당 지도부에 배치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준석 대표 선출도 그런 맥락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한겨레, 2021.6.14.)라는 진단이 흥미롭다.

 지난 재보궐선거 승리에 이어 36세 당 대표까지 ‘만들어진’ 국민의힘이다. 정권교체를 이루려는 그들의 목표를 나무랄 생각은 없지만, 혹시라도 탄핵받은 대통령을 만든 것과 같은 우매한 짓은 다시 하지 말기 바란다. 대선이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과연 민주당은 10년 주기설과 상관없이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줄 것인지 자못 흥미진진하게 돌아가는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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