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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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차이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6.0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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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 전주미소로한의원 대표원장

인터넷에서 한약을 검색하다 보면 이제 누구나 제조하는 방법과 만들 수 있는 시설, 그리고 재료만 있으면 한약을 만들어 팔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십전대보차, 녹용단, 수제 쌍화탕.. 검색만 하면 바로 구매해서 내일 집으로 받을 수 있는 한약들이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여러분들이 한약을 생각하고 이들을 구매했다면 그것은 착각입니다. 이들은 ‘(한)약’이라는 허가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식품’으로서 허가를 받은 음식일 뿐이죠.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라면 ‘한약’이 뭐고 ‘식품’이 무엇인지 구분이 잘 안 가실텐데요. 시중에 유통되는 위와 같은 건강 관련품들은 식품, 건강기능식품, 건강식품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구매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내 몸에 관련된 것이라 정확히 따져볼 것 같은데도요. 이 칼럼을 기회로 여러분들이 구분하시는 눈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최근에 논란이 되어 한참 기사화되었던 ‘크릴오일’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람들이 크릴오일에 인지질 등 유효 성분이 많아서 항산화 효과, 고지혈증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고 인식했고, 덕분에 한참을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이 크릴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이 아닌 ‘일반 식품’으로 허가를 받은 품목이었고, 이렇다보니 사람들의 착각을 덜어주기 위해 식약처에서는 크릴오일 유통업체의 과대 혹은 허위 광고에 제재를 하기로 합니다.
여기까지 들으시면 그래서 ‘일반식품’이랑 ‘건강기능식품’이랑 ‘의약품’이랑 뭐가 다른거야? 라는 의문이 드실텐데요. 바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들을 구분하고 정의해놓은 식약처의 설명을 따와서 얘기하면 구분이 좀 가실거에요.
‘식품’은 유해한 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안전한 식재료를 얘기합니다. ‘크릴오일’이 이 일반식품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유해하지 않을 뿐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식품인 것이죠.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검증된 원료나 성분을 환, 산, 액 등의 형태로 제조, 가공한 식품을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들이 알만한 원료로는 ‘알로에’,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기능식품은 ‘장 건강에 도움’ 혹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의 광고를 할 수 있습니다. 원료 자체가 유용한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의약품이나 한약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질병이나 증상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약품’과 ‘한약’은 말 그대로 약입니다. 어떤 증상의 호전, 치료, 혹은 예방을 목적으로 (한)의사의 진단에 의해 처방이 되거나 (한)약사에게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쉽게 판단하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것 중에 ‘약’은 없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약’을 처방받거나 구할 수도, ‘식품’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첫 화두로 돌아가기 위해 마지막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그럼 인터넷에서 파는 ‘십전대보차’, ‘쌍화탕’ 등과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한약은 무엇이 다를까요?
첫째는 원료의 질 차이입니다. 농가에서 재배된 특용 작물은 유효성분이나 독성 등의 검사를 기준으로 한약재와 농산물로 나눠서 유통됩니다. 의약품용 한약재는 일반인이 살 수 없고, 오로지 한의원이나 한약국 등 인증된 곳으로만 들어갑니다. 반면 인터넷에서 파는 여러 ‘탕’들의 재료는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는 농산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두번째는 처방의 구성 차이입니다. 같은 쌍화탕이 필요한 환자라도 그 환자의 체질, 소화기 상태, 맥의 변화 등에 따라 한약재를 배합하는 것은 한의사의 교유 권한입니다. 반면 식품으로 나온 쌍화탕에 그런 전문성과 독창성은 없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되셨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내가 ‘(한)약’이 필요한 상태인지, 아니면 건강에 도움이 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이 필요한 상태인지, 아니면 특별히 안 좋은 곳은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좋다니깐 ‘식품’이라도 한번 먹어볼 요량인지에 대한 첫 단추를 꿴 것에 대해 제가 축하를 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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