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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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9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4.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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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토트넘의 손흥민은 4월 12일(한국시간, 이하 같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해 골망을 갈랐다. 주지하다시피 손흥민은 지난달 15일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소속팀 경기는 물론 한일전 A매치에도 뛰지 못한 바 있다.
손흥민은 이보다 앞선 4월 4일 부상을 털고 약 3주 만에 복귀했다. 뉴캐슬과 EPL 3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카를루스 비니시우스와 교체돼 그라운드로 들어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100% 회복이 덜 된 듯 슈팅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팀은 해리 케인의 멀티골에 힘입어 2-1로 앞서다 동점골을 내줘 2대 2로 비겼다.

그러나 맨유와의 경기에선 달랐다.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첫 선발 출전인 만큼 컨디션이 100%가 아닐 거라는 예측과는 달리 손흥민은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전반 40분, 역습 상황에서 모우라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팀은 1대 3으로 졌지만, 손흥민으로선 2월 7일 웨스트브로미치와의 경기 이후 두 달 남짓만에 쏘아올린 정규 리그 14호골이다. 이로써 손흥민은 2016-17시즌에 세운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단일 시즌 최다골 타이기록을 썼다. 또한 2월 19일 볼프스베르거(오스트리아)와의 유로파리그 경기 이후 52일 만에 쏘아올린 올 시즌 19호골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으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유를 상대로 세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지난해 10월 5일 맨유와의 4라운드 경기에서 2골 1도움의 원맨쇼를 펼치며 역사적인 6대 1 대승을 거둔 바 있다. 이는 2014-15시즌 맨시티의 공격수 아구에로 이후로 맨유 상대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이다.
또한 손흥민은 골닷컴에 따르면 득점 당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면서 이번 시즌 왼발과 오른발로 각각 5골 이상을 넣게 됐다. 이와 함께 손흥민은 왼발과 오른발로 각각 5골 이상을 득점한 네 번째 시즌으로 대회 역사상 케인과 함께 최다 기록을 세웠다. 손흥민은 앞서 2016-17시즌, 2017-18시즌, 2018-19시즌에 왼발과 오른발로 각각 5골 이상을 넣었다.
양발을 다 잘 쓸 수 있다는 건 축구선수에게는 축복이고 행운이다. 스포츠서울(2021.4.13.)에 따르면 손흥민은 주요 고비에서 왼발로 일어선 적이 많다. 지난 2018~2019시즌 혹사 논란에 시달리며 초반 9경기 무득점으로 침묵할 때도 카라바오컵에서 왼발로 마수걸이 포를 터뜨리며 부활했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 9월 뉴캐슬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가 10월 맨유 원정 경기에 복귀했을 때 왼발 선제골로 깨어났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2010년 10월 30일 독일 함부르크 소속으로 만 18세 나이에 프로 데뷔골을 넣을 때 왼발이었다. 2011년 1월 18일 인도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릴 때도 왼발이었다. 월드컵 통산 3골(2014 브라질 1골·2018 러시아 2골) 역시 거짓말처럼 모두 왼발로 해결했다.
응당 축하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러나 안타깝게도 손흥민의 기록은 큰 화제가 되지 않았다. 팀이 내리 3실점을 허용하며 패했고, 경기 후에는 맨유 현지 팬들이 손흥민을 향해 인종 차별적 댓글을 퍼부어대서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전반 33분경 맥토미니의 손에 얼굴을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주심은 VAR 판독 끝에 맥토미니가 오른손으로 손흥민의 얼굴을 때렸다며 파울을 선언했다. 따라서 맥토미니가 손흥민과 공을 다투다 폴 포그바에게 패스했고, 다시 에딘손 카바니에게 연결돼 득점으로 이어진 골도 취소됐다. 맨유 팬들은 반칙이 아니며 손흥민의 할리우드 액션(반칙을 유도하기 위한 과장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맨유 팬들은 손흥민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들에 “DVD나 팔아라”, “손흥민은 한국 드라마 배우”, “돌아가서 개나 먹어라”, “팀에서 가장 눈이 작은 선수”, “쌀 먹는 사기꾼” 따위의 경기 내용과 상관없는 욕설과 인종차별적 댓글을 달았다. 과연 승리한 팀의 팬들인지 의아스러움을 넘어 맨유와의 경기에서 매번 골을 넣는 손흥민에 대한 묻지마식 댓글 테러가 아닌가 싶은 작태다.
감독은 한 술 더 뜬다. 솔셰르 맨유 감독은 “내 아들(SON)이 상대에게 얼굴 한 대를 맞고 3분을 누워 있다 다른 10명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다면, 나는 그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사 그로 인해 패했더라도 그래선 안될 손흥민 폄하다. 도무지 승자답지 않은, 방구 뀐 놈이 성내는 후안무치한 태도라 아니 할 수 없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자메이카·터키·세네갈 출신 등 다른 EPL 선수들도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과거 침략을 일삼던 대영제국 후예들에게 아직도 그 근성을 버리지 못했냐 등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도대체 누가 누굴 무슨 권리로 인종차별하는 건지 가소롭기 그지 없는 일이다. 우리 월드 클래스 손흥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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