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보궐선거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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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보궐선거 참패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4.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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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4·7 보궐선거에서 대한민국의 2대 도시 서울과 부산시장 모두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들과 맞붙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영선·김영춘후보가 참패한 것이다. 각각 18%포인트와 28%포인트의 너무 큰 스코어로 진 선거라 일종의 묻지마 투표가 이루어진 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민주당 지도부가 그 책임을 지고 즉각 총사퇴했음은 물론이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저희의 부족함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며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우선 민주당이 지난 4·15 21대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 1년도 되지 않아 안게된 선거 참패 결과여서 놀랍다. 한편으론 그런 결과가 의아하기도 하다. 민주당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연거푸 네 번 승리하자 ‘보수정치의 완전한 몰락’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전국 단위 선거를 4번 연속 패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주류가 완전히 교체됐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동아일보, 2020.4.17.)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낙선 후보들이 “이런 야당이라면 2022 대선도 필패”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는데, 그것이 오진(誤診)인가 해서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당시 민주당 소속 부산·서울시장 성범죄 의혹이 연달아 불거졌다. 그들이 사퇴 또는 자살로 시장 자리가 비게 되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4·7 보궐선거는, 이를테면 민주당이 자초한 화근의 참패인 셈이다.
 하긴 5년 전 자기 당 공직자의 중대 범죄로 보궐선거를 하게되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당헌·당규까지 바꿔가며 서울과 부산시장 후보를 낸 것부터가 큰 실책인 지도 모른다. “서울·부산시장을 모두 놓치면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의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잘못으로 귀결되어서다.
민주당의 참패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해도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 부동산값 폭등에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사건으로 인한 서민들 박탈감이 집권세력에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시행 전이라 하더라도 5%로 제한한 정부안보다 훨씬 높은 김상조 정책실장의 14.3%(8억 5천에서 9억 7천만 원으로 올림) 전세계약서사건은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했을 것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자신의 강남 아파트 전셋값을 1억 원이나 한꺼번(23.3%)에 올린 것에 대해 “(시세보다) 낮게 받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지 않냐”는 황당한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 염장을 지른 셈이지만, 집권세력이 아니란 점에서 김상조 정책실장과는 다르게 면피가 되고 말았다.
고인(故人)을 들먹이는 게 좀 그렇지만, 보궐선거 빌미를 제공한 박원순·오거돈시장도 참패의 연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보궐선거가 총선이나 대선같이 전 국민의 표심을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집권세력이 그토록 지켜내고자 했던 조국 자녀 사태에서 불거진 불공정 내지 특혜 논란 역시 소위 2030 세대를 실망시킨 악재인 것으로 생각된다.
흥미로운 것은 21대 총선에서 전혀 먹히지 않던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이번엔 제대로 통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1, 2대 도시라 할망정 고작 광역단체장 두 자리를 잃었을 뿐인 걸 가지고 너무 호들갑 떠는 게 아니냐 할지 몰라도 그게 아니다. 바꿔 말하면 집권여당 및 정부의 실책과 잘못이 그만큼 많고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이 있다. 임기 1년 2개월짜리일망정 국민의힘 소속 시장들이 모두 ‘올드보이’라는 점이다. 가령 그들은 각각 무상급식이며 용산참사에 대해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인식을 드러내거나 지금 수감중인 MB 참모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다. 비록 집권세력에 격분한 표심이라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싶다.
그나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약속대로 국민의힘을 떠나며 남긴 쓴소리는 들어둘만하다. “보궐선거 결과를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며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는 그의 경고를 되새겨 계속 환골탈태하는 국민의힘이 될지, 2022 대선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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