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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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노쇼 그 후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1.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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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한겨레(2020.5.5.) 보도에 따르면 2020년 5월 3일(한국 시간) 영국 축구 전문매체 ‘90min’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지명하며,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라고 평했다. 또한 호날두는 구랍 28일 열린 ‘글로브 사커 2020 어워즈’ 시상식(두바이)에서 ‘21세기 최고의 축구선수상’을 수상했다.
그뿐이 아니다. 호날두는 최근 경기장 밖에서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스카이스포츠’ 등의 기사를 보도한 동아일보(2021.1.6.)에 따르면 호날두의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세계 최초로 2억 5000만명을 돌파했다. 단일 인물로는 최다이다. ESPN에 따르면 호날두의 팔로어는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을 모두 합친 팔로어(1억 5,900만명)보다 약 9,100만 명이나 많다.

그러니까 이래저래 호날두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것인데, 그러나 거기에 공감하며 박수를 쳐줄 한국인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지난해 한국에 와서는 이른바 노쇼 파동을 일으킨 호날두여서다. 새삼스럽지만 노쇼의 사전적 의미는 예약을 해놓고 취소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호날두가 그런 짓을 했다.
2019년 7월 26일 밤 열린 K리그 올스타팀 ‘팀 K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 2018~2019 시즌 우승 클럽 유벤투스FC의 친선경기(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호날두는 뛰기로 계약서에 들어 있는 45분은커녕 90분 경기 내내 몸을 풀긴커녕 아예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팬들의 열광적인 기대가 무참하게 무너졌음은 물론이다.
나는 ‘호날두 빠진 축구 친선경기’(전북연합신문, 2020.7.31.)라는 칼럼으로 많은 독자들과 함께 분노와 실망감을 달랬지만, 일부 팬들은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예컨대 호날두 사태 소송 카페 회원 87명이 노쇼 직후인 8월 주최사인 더페스타를 상대로 1인당 95만원씩 총 8,28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소송 결과가 이미 나온 것도 있다. 가령 2020년 2월 4일 더페스타가 이모씨 등 2명에게 각각 37만 1,000원을 지급하라는 인천지법 판결이 그것이다. 더페스타가 이모씨 등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액 37만 1,000원은 티켓값 7만원, 티켓 구매 수수료 1,000원, 정신적 위자료 30만원 등이다. 글쎄, 정신적 위자료 30만원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구랍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6부는 호날두 노쇼 사건과 관련해 더페스타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7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호날두가 경기와 팬미팅에 불참한 점 등을 근거로 더페스타 측이 위약벌 7억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다.
위약벌은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손해배상과 별도로 내야 하는 위약금을 말하는데, 유벤투스 구단이나 호날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판결이다. 게다가 일부 팬들이 더페스타, 티켓 판매처인 티켓링크, 유벤투스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사기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한 건에 대해서는 7월 31일 검찰에 사안 송치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사안 송치란 수사 잠정 보류 의견을 뜻하는데, 이탈리아 경찰의 협조를 받지 못해 부득이 취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선 경기 입장권 가격을 모두 합하면 약 65억원쯤이다. 그중 유벤투스가 친선전을 치르고 챙겨간 돈은 300만 유로(약 39억 5,000만원)로 알려졌는데, 이탈리아의 경찰 협조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탈리아에 요청한 자료가 도착하는 대로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림입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까지 해 언제 그럴 수 있을지 막막한 상태다.  결국 그렇게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한국 팬을 우롱한 노쇼로 인해 호날두가 국내에서의 인기 추락은 물론 ‘날강두’라는 곱지 않은 별명까지 새로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편 호날두는 앞의 동아일보에 따르면 노쇼로 한국 팬들을 실망시킨 2019년 인스타그램으로만 4,780만 달러(약 517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몸값은 이전에 비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동아일보(2020.6.10.)에 따르면 호날두의 몸값은 848억원으로 70위에 머물렀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6월 9일 발표한 2020년 여름 유럽 5대 빅리그(잉글랜드ㆍ스페인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독일) 주요 선수들의 예상 이적료 보고서 내용이다. 흥미로운 건 호날두 몸값이 1,021억원(48위)인 손흥민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점이다. 많은 국내 팬들이 꽤 고소해했을 법한 내용이다.
말할 나위 없이 노쇼로 인해 한국 팬들에게 찍힌 호날두여서다. 지금까지도 호날두가 왜 노쇼를 저질렀는지는 미스터리다. 진짜 의아스러운 것은 내가 알기로 호날두가 돌아간 후에도 어떤 해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스타이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극히 기본적 상식을 호날두만 모르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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