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는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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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는 소방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12.2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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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소방서 봉동119안전센터 소방위 황상연

어린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불을 끄는 사람’ 정도로 여겨졌던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언제나 영웅 그 이상의 존재였다. 종종 소방서에 찾아갈 때면 주황색 소방옷을 입고 소방차를 보여주시던 아버지는 내 눈에는 일종의 ‘아이언맨’ 같은 사람이었고, “아버지처럼 멋진 소방관이 돼야지!”라는 생각은 자연스레 마음 속에서 자라나 인생의 목표로 마음속에 굳건히 자리 잡게 됐다.
소방관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살아가던 나는 그로부터 약 20년 뒤인 2019년, 제25기 소방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하여 중앙소방학교 소방간부후보생 과정에 입교하게 됐고,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친 후 2020년 3월 20일 완주소방서 봉동119안전센터에 배치 받으며 소방관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교육 기간 동안 수많은 수업과 실습을 경험하면서 두려움 보다는 자신감만을 가진 채로 화재진압 등 소방관 현장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신임 소방간부로서 다른 사람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배워야한다는 약간의 부담감은 있었지만, 내가 배웠던 것들과 현장에서의 일 사이에 큰 괴리감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방학교 교육과정에서 미처 배우지 못했던 두려움이 엄습할 정도로 아찔한 경험을 하였다. 지난 5월 봉동 관내 한 가구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건물 안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팀장님의 화재 상황 및 진압활동 판단에 따라 곧바로 동료 대원들과 함께 공장안으로 들어가 화염의 열기에 속옷이 땀으로 젖고 얼굴에는 비오듯 흐르는 물로 범벅되면서 진압 활동을 했고, 어느 정도 사나운 불길이 잡힌 뒤 서서히 처참한 몰골만 남은 건물 내부가 내 눈으로 들어왔다.
남은 불씨를 끄기 위해 집중하고 있던 그 때, 동료 한명이 다급히 내 손목을 잡아 밖으로 나가야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미 불씨가 어느 정도 잡힌 상태라 시야 확보에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단순히 철수하자는 의미라고만 판단한 나는 별 생각 없이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철수 신호가 아니었다.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천장의 철재구조가 열에 의해 크게 휘는 바람에 머리 높이까지 기울어져 있었고, 조금만 지체했다면 나 뿐 만 아니라 모두가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동료가 단순히 화재 진압에만 집중하지 않고, 주변의 위험 요소를 주시한 덕분에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진압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가구공장 화재는 소방학교에서 받은 교육으로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나에게 앞으로 배워가야 할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를 여실히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그 때의 소중한 경험은 임용 후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처음 소방학교에 입교한 날 크게 외쳤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준비가 된 소방관이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되새기며 초심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이를 거울삼아 자만하지 않고 매순간 현장 활동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 언제 어디서든 국민을 위해 활동한 아버지 같은 소방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곁에서 부족한 나의 첫 걸음마를 잘 하도록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시는 봉동119안전센터 동료 소방관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더불어 나에게 소방관이라는 꿈을 심어주신,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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