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재정 여력 벌써 소진, 산업 활성화 카드만 남아 반면 부동자금 1,100조 원 갈 곳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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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재정 여력 벌써 소진, 산업 활성화 카드만 남아 반면 부동자금 1,100조 원 갈 곳 없어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6.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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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한국의 통화·재정 수치상으로는 일본이나 유럽연합(EU)처럼 마이너스 금리도 가능하지만, 이제부터는 금리를 더 내려도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금리 인하 결정을 설명하면서 “금리가 실효 하한에 가까워졌다”고 밝힌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한국은행은 연 0.75%이던 기준금리를 0.50%로 낮추면서 사실상 제로 금리 단계로 진입했다. 경제위기에 대응할 통화 정책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기대 소득을 낮추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해 ‘현금 퇴장’의 부작용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정부 재정에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24조 원에 이르는 1, 2차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40조∼50조 원에 이르는 3차 추경까지 동원하고 나면 재정을 더 풀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인해 올 한 해 30조 원의 세수 감소까지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를 넘어서면 국가 재정 증가분으로 국채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마저 우려된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국채 금리도 마이너스로 내리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엄청난 부작용을 각오해야 한다. 통화·재정 등 거시정책 수단이 모두 한계에 직면했다. 그런데도 실물경제의 추락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한은은 올해 -0.2% 역성장을 예상하면서 최악 경우엔 -1.8%까지 추락할 것으로 봤다. -1%에 멈춘다 해도 지난해의 2%에 비하면 3%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성장률 1%포인트 하락 때마다 취업자는 45만 명씩 줄어든다. 14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은 카드는 산업 활성화(活性化)밖에 없다. 독일 집권당은 ‘경제난 타개를 위한 10가지 과제’를 내놨다. 최저임금 인하, 노동시장 유연화, 법인세율 인하 등 ‘쓴 약’이다. 재정 정책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기업 환경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세계 경기침체의 어두운 터널은 이제 초입이다.

한편 우리나라 큰손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돈값(금리)’이 떨어지자 부동자금 증가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양상이다. 이처럼 갈 곳을 잃고 시중에 흘러넘치는 돈은 결국 투자 대안으로 증시나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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