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탈이 잇따르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8일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17~21일) 이머징마켓에서의 외국인 순매수·매도 동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각각 3억6246만달러, 1억9371만달러, 1억757만달러, 태국 3억9475만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다만 대만에서는 4억1091만달러 순매수를 나타냈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자금이탈 현상은 단기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추세적 변화일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 팀장은 "최근 신흥시장으로 외국인 투자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장기적인 흐름으로 볼 수 없겠다"며 "이머징마켓의 긴축 영향과 선진국 경제성장 기대감이 지속돼, 올 상반기까지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신흥시장을 떠나 선진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경제가 살아나면 수출부문을 고리로 해서 그 혜택이 신흥시장에까지 미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전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선후관계, 시차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이철희 동양종합금융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 중반까지 오른 반면 신흥시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긴축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선진시장에 비해 신흥시장에 매력을 덜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짧으면 올 1분기(1~3월), 길면 올해 상반기까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 같다"며 "만일 중국이 올 1분기를 지나며 물가가 안정되는 조짐이 나타나면 중국 증시가 개선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올 하반기께는 투자 모멘텀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시장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이머징마켓을 떠난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시장으로 역(逆)유입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허재환 대우증권 글로벌경제담당 과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과 긴축 부담감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보다 선진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큰 틀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선진시장으로 역류해 유입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해외자금에 대한 통제 등으로 신흥시장으로의 자금유입속도가 둔화되고 있으나, 그동안 자금유입 규모가 크지 않았던 러시아 등 동유럽국가로의 자금유입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며 "선진시장에서는 그동안 채권과 MMF 등 안전자산에 묶여 있던 자국 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