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 속 법인세 증가와 일자리 위축으로 설 중, 기 상여금 절반도 못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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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악화 속 법인세 증가와 일자리 위축으로 설 중, 기 상여금 절반도 못 줘
  • 허성배
  • 승인 2020.0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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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지금 기업 환경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어렵다. 작년 상반기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될 정도다. 그런데도 법인세는 더 많이 걷히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 현황을 보면 소득세와 부가가치 세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법인세만 1조1,000억 원 늘었다. 정부는 2018년 반도체 호황의 여파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분명하다. 지금 주요국들은 기업 투자를 늘리고 부(富)의 국외 탈출을 막기 위해 앞다퉈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미국은 최고세율을 무려 13%포인트나 깎아주는 한편 최저한 세율(20%)마저 폐지했으며, 영국·프랑스 등도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중이다. 흔히 세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도 22%였던 세율을 내년까지 20.6%로 낮추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법인세 역주행’이 벌어지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과 관련,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복지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투자 의욕을 잃고 있는 이 어려운 마당에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다. 기업은 연구개발(R&D) 축소나 해외 이전 등으로 대처 방안을 모색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내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저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혹은 정부 지출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세금을 인상하는 행위가 오히려 저소득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생산적 투자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시장경제 기능을 질식시켜서는 절대 안 되고 생산적 경제활동을 지속해서 촉진해야 한다. 최근 지자체의 포퓰리즘 정책을 제지해야 할 중앙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하면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 땐 보건복지부 장관과 사회보장심의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연도별 사회보장심의 협의 결과를 보면 작년의 경우 9월까지 지자체가 보건복지부에 신청한 신설 복지사업 556건 중 추진 보류는 1건에 그쳤다. 2018년의 경우 763건 중 미추진은 32건에 불과했다. 지자체 신설 복지사업의 타당성과 중앙정부와의 중복 여부 등을 심사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는 셈이다. 지자체의 복지용 현금 살포는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수혜자 간 형평성 시비까지 낳는다. 농민수당에 대해 어업인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대표적이다. 일부 지자체는 복지 지출 때문에 도로 개보수나 지역 현안 사업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복지 지출에 재정이 파탄 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건가. 지자체 복지사업 중 아동수당, 청년 구직지원, 고용장려금 등은 중앙정부 사업과 중복된다. 올해 지자체 복지사업 총예산 84조7,200억 원 가운데 88.2%가 국고보조로 예산을 충당하기로 되어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정부와 유사한 사업은 속히 정리하고 정책별로 실행 주체를 구분해야 한다. 한편 국내 중소기업 50% 가량이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국내 80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 설 자금 수요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절반(49.7%)이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13일 밝혔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원인으로는 판매 부진(52.9%)과 인건비 상승이 가장 많이 꼽혔다. 원·부자재 가격상승(22.4%), 판매대금 회수지연(22.2%), 납품 대금 단가 동결·인하(20.0%), 금융기관 이용 곤란(10.2%)이, 설 자금 확보를 위해 결제연기(49.6%), 납품 대금 조기회 수(39.8%), 금융기관 차입(30.9%) 등을 계획하고 있다는 업체가 많았다.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곳도 27.9%나 된다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소비심리의 악화로 인한 판매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이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드러났다며 영세기업의 경영여력을 고려한 지원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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