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140배’ 새만금 국책 옥토 30년 휴면상태 방치 역대 정권 책임져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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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140배’ 새만금 국책 옥토 30년 휴면상태 방치 역대 정권 책임져야(2)
  • 허성배
  • 승인 2019.11.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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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그동안 ‘한국의 두바이’(해양 개발 및 글로벌 허브), ‘한국판 라 그랑드 모트’(해양형 레저관광 도시), ‘제2의 라스베이거스’(카지노 및 컨벤션), ‘국내 유일 한·중 산업 협력 단지’ 등 구호만 요란했지 어느 것 하나 진척은 없었다.
중국 국무원이 불모지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신구 개발을 발표한 것은 1990년 4월로 새만금보다 5개월가량 늦었다. 상하이는 푸둥을 견인차로 금융과 첨단산업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를 앞질렀다. 푸둥과 새만금 두 지역의 운명을 가른 것은 지리적 여건 등 요인이 많지만, 비전과 추진력, 정치적 리더십의 영향도 크다. 두바이가 세계 항공의 허브가 되고, 월드컵 개최지가 된 것도 확고한 비전이 빚어낸 산물이다.

새만금 개발이 부진한 데는 현실성 없이 중국만 바라본 것도 한 요인이다. 2010년 방조제를 완공한 뒤 중국 동부 연안 도시와의 협력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중국은 산둥(山東)성에서 광둥(廣東)성에 이르는 해안에 대규모 해안 풍력 벨트를 조성할 계획이어서 새만금을 풍력 발전소의 부품과 설비 기지로 키울 계획을 세웠다. 한국은 전 세계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점을 살리는 ‘FTA 허브론’을 이용한 중국 기업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4년 7월에는 한중 정상이 양국 전용 공단을 조성키로 합의했는데 새만금이 국내 유일의 한중 경제협력 특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3개 업체가 양해각서만 맺었다가 감감무소식이다. 중국 옌타이(煙臺), 옌청(鹽城), 후이저우(惠州) 등 중국 내 중한 산업단지에 한국 기업이 600개 이상 진출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최근에는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이 ‘한국산’으로 바꾸기 위해 새만금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전무하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고 자국 내 임금이 싼 것 등이 큰 요인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새만금으로 중국 기업을 끌어들일 여건이 안 되어 있고 국내 다른 지자체에 비해 경쟁력 요소도 많지 않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보낸 사복이 새만금 앞바다를 지나다 경치에 반해 선유도라는 이름을 붙였다거나, 고려 말 원나라와 합작해 개발한 화포를 이용해 왜구를 함께 무찌른 ‘진포대첩’이 군산 앞바다 진포라는 등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투자 결정은 냉정했다. 
새만금북로 북측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는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상징하는 세계 최대(1,650t)의 골리앗 ‘코쿰스 크레인’이 덩그러니 서 있다. 2002년 1달러의 헐값으로 한국에 팔려 올 때 말뫼는 조선 산업의 쇠락에 눈물을 흘렸다. 이제 군산조선소가 2017년 7월 문을 닫은 뒤 이 골리앗도 갈 곳을 찾고 있다. 한 해 26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던 인근 군산 국가공단의 한국GM 공장도 지난해 2월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중공업과 한국GM이 군산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두 기업 가동이 중단되면서 군산 인구의 3%인 7,000명가량이 줄었다고 군산시는 설명했다. 지역 경제에 기관차와 같은 두 대기업을 잃어 직격탄을 맞은 군산 공단과 아직 훵하니 비어있거나 매립도 되지 않은 새만금은 상호 보완적 발전이 더욱 절박한 상황이다. ‘새만금 없이 군산에 희망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24일 16개 전기차 관련 업체가 참가해 선포되는 ‘군산 상생형 일자리’는 군산과 새만금 두 지역 회생의 실마리를 제공할지 관심을 끈다. 특히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한 자동차 부품업체 명신은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생산 전문업체 퓨처모빌리티의 ‘바이튼’ 브랜드 전기차를 주문 제작 생산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새만금 정책 3대 문 정부의 삼지창(三枝槍) 키워드는 공공 개발, 태양광 발전 그리고 새만금 국제공항.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기대만큼 논란도 많다.
새만금 간척지는 2010년 방조제가 준공된 후 민간 자본이 방조제 안쪽의 필요한 용지를 매립해 개발하도록 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수익성으로 매립이 계획 대비 36%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전북연구원의 김재구 연구원은 “여의도 면적의 140배를 마치 신도시 개발하듯 민간 주도에 맡겨 오랜 세월을 허비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새만금개발공사를 출범시킨 것은 그 때문이다. 공사는 ‘성공적인 선도 사업’으로 2024년 목표로 1조2000억 원가량을 들여 2만 명이 입주하는 ‘스마트 수변 도시’를 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누가 왜 와서 거주하는 도시가 될지는 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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