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이 ‘피의자 장관’ 민낯 훈시 들어야 하는 참담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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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이 ‘피의자 장관’ 민낯 훈시 들어야 하는 참담한 현실
  • 허성배
  • 승인 2019.09.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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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후안무치한 위선(僞善)의 민낯이 드러나 ‘반(反)정의·반윤리’의 대명사로 전락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퇴·해임 촉구가 각계로 확산하면서 국민 저항운동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지 10일째인 19일에만 해도 교수·의사·변호사·대학생 등이 직역·학교별로 대거 참여한 선언문·성명서 발표, 서명 운동,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민국 지성(知性)’이 조 장관 해임을 요구한 것이다.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 소속 교수 50여 명이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지난 13일부터 공개하고 연대 서명을 받는 시국선언문에 전국 290개 대학의 전·현직 교수 3,396명이 서명했다”고 밝히며 가진 집회는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다.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선언 교수·연구자 2,234명의 1.5배 이상이 서명한 사실부터 예사롭지 않다. 시국선언문이 ‘조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사회 정의와 윤리를 무너뜨렸다’며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사실도 마찬가지다. 시국선언과 별도로 대표 발언을 자원한 교수 8명의 고언(苦言)도 그 연장선이다. 이제봉 울산대 교수는 “지금 조 장관이 그만두지 않으면, 문 정부도 같이 몰락한다”고 했고, 김성진 부산대 교수는 “나의 조국을 자랑스럽게 말하기를 주저하게 만든 것이야말로 조국이 범한 가장 큰 죄”라며 “문 대통령은 조국을 당장 해임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이 교수 휴직 중인 서울대, 그의 딸 ‘입시 부정’ 학교인 고려대, 그의 아들이 대학원생인 연세대 등의 재학생·졸업생들은 동시에 촛불집회를 열고 ‘다시 한 번 저항’을 외치며 전국 대학생연합 촛불집회를 제안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서울대 졸업생 김석현 씨가 “개혁은 외과 수술과 같아서 깨끗한 손으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어디서 뭘 만지다 왔는지 알 수 없는 외과 의사를 믿고 수술대에 누울 수 없다”고 한 취지대로 ‘개혁’도 자격 없는 조 장관에겐 맡길 수 없다. ‘정의가 구현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원하는 대한민국 의사 일동’ 명의로 조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의사면허번호를 적고 서명한 의사가 해당 문자메시지 전파 30시간 만인 19일 오후 7시 기준 2,900명에 이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조 장관을 해임해야 마땅하다. 21일 조국 고향인 부산에서 3,000여의 군중이 자진촛불집회 조국 파면촉구 규탄대회 열렸다.
조직폭력배가 경찰을 모아놓고 훈시(訓示)하는 일이 가능할까. 폭력배의 심리와 수법은 이러저러하니 수사에 참고하라는 식이라면 모르겠지만, 정의와 개혁에 대해 말한다면 그런 황당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20일 의정부지방검찰청을 시작으로 전국 검찰청을 방문해 ‘검사(檢事)와의 대화’를 시작하고 있다. 그것도 비공개로 그러나 이미 부인은 기소되고, 딸은 검찰 조사를 받고, 조카는 구속되는 등 일가(一家)가 줄줄이 범죄 혐의에 구체적으로 연루됐으며, 조국 본인도 여러 혐의에서 관여가 확인된 피의자 신세다. 최소한의 염치(廉恥)라도 있으면 ‘직위’를 앞세워 검사들을 불러모으진 못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뒤 겨우 열흘 지난 시점에 서둘러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석연찮다.
검찰 내부에서 애초부터 ‘조국 취임 자체가 검찰 수사에 대한 묵시적 협박’이라는 의견이 나왔고, 실제로 법무부 차관과 검찰  국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조국 일가 수사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청법에, 법무부 장관은 검사를 지휘·감독하도록 규정돼 있다. 드러난 사실들만 봐도 부인은 물론 조 장관 본인에 대한 직접 소환 조사도 머지않았다.
조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와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여러 말도 중요 대목에선 대부분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 코 링크 PE 의 ‘가짜 운영보고서’가 급조되는 과정에서 조 장관이 직접 ‘블라인드 조항’을 추가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피의자 장관’을 상관으로 대접하며 개혁 필요성 지적을 들어야 하는 검찰의 심정은 참담할 뿐 아니라 지나가는 소가 웃을 정도의 이런 현실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복통이 터진다. 피의자와 수사 검사는 수사 목적 외에는 만나면 안 된다. 조국 일가 수사에는 각 지검에서 차출된 검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일선 검사와 비공개로 만난다는 것은 수사에 영향은 물론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검찰 개혁도 필요하다. 그러나 수사 대상자가 개혁을 빌미로 검사들과 계속 만난다면, 수사 방해와 직권 남용 혐의가 앞설 수밖에 없다. 헌법적 깨끗 해야 할 사법부에 누를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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