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없는 조국과 읍참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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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없는 조국과 읍참마속
  • 허성배
  • 승인 2019.09.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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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도 없다. 그래서 때로는 물불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흠결과 자식 사랑 방식이 국민 눈높이에 미달해선 안 된다.
조국 장관 버티기는 인성 문제 인간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안다. 맹자의 성선설 기반 흔들 지경, 청문회 열 필요조차 없는 상황, 가족 불출석 주장도 어불성설 문대통령이 결자해지 나설 때 흠결 없는 사람은 없다.

도덕적 기준이 훨씬 느슨했고 청문회 제도조차 없던 1993년 박희태 법무부 장관은 딸의 특례 입학 문제가 불거지자 ‘개혁 의지 훼손’을 우려하며 대통령 만류에도 사퇴를 자청했다. 2010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딸의 계약직 외교관 특채 시비가 일자 물러났다. 현 정부 첫 법무장관 후보였던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40여 년 전인 20대 시절 철없이 위조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공개되자 사퇴했다. 3대에 걸친 조국 일가의 비위는 이들과 비교하기조차 민망하다. 본인이 패밀리 비즈니스에서 구체적 역할을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사학재단, 펀드, 소송 등을 통한 재(財)테크, 세(稅)테크는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게다가 조 장관은 과거에 법무부 장관은 공정과 정의를 구현해야 할 법치 행정의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맹렬히 비난한 적이 있다.
국민 짜증과 분열만 초래한 조국 논란에 피로감을 느낀다. 1명 때문에 5천만 국민들이 옳고 그름의 판단에 혼돈을 가졌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조국과 “밀리면 진다”는 청와대의 조국 임명 강행 결정에 100만 촛불이 무너졌다.
물론 호불호(好不好)는 있겠지만 대학생들의 촛불과 광화문의 촛불은 무엇이 다른가 묻고 싶다. 수오지심(羞惡之心)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조국과 읍참마속(泣斬馬謖,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함) 없는 현 정부가 국민의 분노만 부르는 건 아닌지, 밀어부쳤지만 `식물 장관`은 아닌지 의문이다.
자고나면 새로운 의혹이 나왔다지만 거대 여당은 진영논리로 사활을 건 싸움을 하였다. 일방해명 `500분 쇼` 기습 기자 간담회로 청와대와 여당은 조국 도덕성 의혹이 해소되었다지만 500분 동안 고장 난 레코드판 돌아가듯 일방적인 이야기만 나열하였다. 기득권의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는 정치판은 아닌지 의문이다. 애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도 어른거렸다.
이러한 일방적인 관례가 관행으로, 관행이 제도화로 발전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국민들은 조 장관 인사검증 과정이 궁금하였다. 하얗게 불태운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히 해명하겠다던 조 후보자 탈 탈 털릴까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방 없는 야당은 인사청문회가 임명 강행의 절차가 되었다. 야당 복이 많은지 모르겠다.
임명이 끝이 아니다. 이제는 검찰 수사를 넘어야 한다. 조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검찰 중립의 출발점이다. 조 장관은 맷집이 상당하다. 오뚝이를 보는 것 같다. 조 장관은 수신(修身)을 했을지는 몰라도 제가(齊家)는 엉망이다.
이런 사람이 치국(治國)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결국은 여·야간 싸움이 청와대와 검찰총장의 싸움으로 확전됐다. 그동안 자비 없는 적폐 청산의 도구로 활용한 검찰을 행해서다. 검찰은 이전 권력에 대해서는 저승사자였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선 관대하였다. 이제라도 검찰 수사는 무엇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하느냐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오죽했으면 제1야당 대표가 삭발까지 하는 초유의 사태인 이 어두운 시국을 규탄하겠는가? 평등과 정의는 고사하고 공정까지 훼손되고, 전직 장성·재향 군·경 각대학 교수 전 국회의원·법조인 대학생등 수백만 명과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딸의 고려대 입학 발판이 된 논문 제1저자 논란만으로도 부적격이다. 이런데도 사법개혁 책임자를 자처하며 버티는 조 장관은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얼마나 위선적일 수 있을까.
인성은 본래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창한 맹자는 그 근거의 하나로 ‘사람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을 들었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非人也)’라고 했다. 조 장관의 경우는 순자(荀子)의 성악설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처럼 조국 사태는 정치·이념 갈등이나 불법 여부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제와 연결돼 있다. 조국 개인 차원을 넘어 집권세력 전체로 번진 것은 심각한 일이다. 국민 의식까지 타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혹을 파헤치는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면서도 무엇이 허위인지 제시하지 않는다. 무조건 인사청문회에서 해명을 들어보자고 한다. 그러나 품성과 자질에서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청문회를 열 필요도 없다.
청문회 종주국인 미국의 경우엔, 조 후보보다 훨씬 사소한 문제까지 당국과 언론 차원에서 검증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청문회 이전에 사퇴한다. 그래서 정책 위주 청문회가 가능한 것이다. 가족 증언을 듣겠다는 것을 청문회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주장한다. 단순한 사생활이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조 장관 일가의 일탈이 핵심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공격을 받아선 안 되지만, 필요한 증언을 회피할 권리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자해지에 나설 때다. 아무리 문제가 많은 인사도 무조건 임명해버리면 국민정서는 무시된 채 집권세력에 돼지처럼 질질 끌려 여당의 권력앞에 굴복하고 말 것이라는 물귀신 작전으로 여당은 국민을 헌신짝 취급하며 문·조가 어디론지 가는대로 이끌려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신세가 불상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나 민심의 바다는 묵묵히 바닥에 쌓이는 오물을 품지만, 언젠가는 격랑이 돼 권력의 배를 뒤집는다. 나아가 대통령은 이런 문제로 국가적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도 있다.
그러지 않아도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한·미 동맹이 악화하면 안보도 경제도 무너진다. 국제 금융가에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코스피 지수가 1600 중반까지 밀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돈다. 자녀 세대와 다음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세금 퍼붓기 정책도 멈춰야 한다.
현 정권 주역인 386세대가 미래 세대를 착취한다는 탁월한 분석(이철승 저 ‘불평등의 세대’)도 나왔다. 조 장관은 당장 사퇴하는 게 정권을 위하는 길도 된다. 사법부까지 장악했으니 재판에서 이길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대법원이 최근 박근혜·이재용 판결에서 정황에 따른 뇌물죄를 인정한 것을 보면 망상만은 아닌 것 같다. 형사 재판에선 엄격한 증거와 법리가 필수인데, 법관 심증에 따른 유죄를 인정해 ‘원님 재판’ 길을 열었다. 인민재판에서도 범죄의 증거보다 동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더 큰 재앙의 씨앗을 잉태할 뿐이다.
사퇴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수사 대상자가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는 법무장관이 된다면, 수사 방해나 마찬가지다. 자연인으로서 검찰과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법 앞의 평등’에도 부합한다. 검찰 수사가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또 특검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불타오르는 국민의 울분은 어떻게 잠재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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