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줄어드는 세수 전망, 무분별한 재정 살포 막는 시스템 만들어야
상태바
갈수록 줄어드는 세수 전망, 무분별한 재정 살포 막는 시스템 만들어야
  • 허성배
  • 승인 2019.09.01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배 주필

만성적인 내수 침체에 수출이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감소하며 세수 전망에도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574개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7%나 감소했다. 실적이 하락한 만큼 법인세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많은 법인세를 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봐도 알 수 있다.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성장동력이 떨어지며 걷히는 세금도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56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 원 줄었다. 국세 진도율도 53%로 소폭 하락하며 최근 수년간 이어졌던 상승세가 꺾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두 회사가 상반기 보고서에서 밝힌 법인세 예납액은 각각 1조3073억 원과 4618억 원으로 작년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글로벌 경기 침체 등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어 법인세 감소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정부는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매년 예산 편성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니 재정 건전성 악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5년간 재정수입 증가율은 5.2%에 그치지만 지출 증가율은 7.3%에 달한다.
정부는 내년에도 513조 5천억 원대 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보다 약 40조 원 늘어난 `슈퍼 예산`이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등 복지예산이 급증했기 때문인데 세수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만큼 재정지출 구조가 적절한지 세심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정부 예산을 담당하는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내년에는 모든 부처, 모든 분야의 재정사업을 철저하게 재검토해 지출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지출 구조조정에 팔 걷고 나서겠다는 것인데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정된 재원을 성장 잠재력 확충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장기적으로 세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다. 경기 부양은 물론 분배 개선 효과도 없는 무분별한 재정 살포를 막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교한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견고한 예산이 없으면 아무리 당위성이 있는 정책이라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불확실성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에 들어가면 재정수요의 급팽창이 우려되고 늘어난 예산은 줄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중장기 재정 건전성 여부를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국력의 상징인 한 나라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위축될 수 있고 실물경기는 영향을 받는다. 홍 부총리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2.4∼2.5%로 유지한다고 했다. 한일 경제전쟁, 글로벌 하방 경직성 확대 속에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지만, 조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형 악재들이 겹친 글로벌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운용의 방향을 포괄적으로 함축하고 있는 정부 예산안이 곧 국회로 넘어간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확장 재정이 필요하지만, 씀씀이가 효율적으로 짜여 있는지는 별개다. 예산심의는 납세자가 뽑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의무인 만큼 꼼꼼히 검증하여 불요불급한 곳에 국민의 혈세가 새 나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살펴주길 바란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