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마다 불거지는 의석수 싸움 누구를 위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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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때마다 불거지는 의석수 싸움 누구를 위함인가
  • 허성배
  • 승인 2019.03.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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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역대 총선을 보면 선거구 확정은 투표일 직전에 이뤄져 왔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42일 전에, 19대 총선 때는 44일 전에 선거구가 확정됐다. 3년 전 총선 때는 지역구 숫자를 7석 늘리고 비례대표 숫자를 그만큼 줄였다.
당시 여야는 선거한 달 전까지 협상을 벌이며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직전 선거보다 12석이 더 늘어난 반면 없어진 지역구도 5곳이나 됐기 때문이다. 지역구를 5석 줄이는데도 그 정도 진통이 뒤따랐는데 지금 나오는 얘기처럼 28석을 한꺼번에 줄인다거나 비례대표를 없애는 방안은 "감히 협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국회는 요즘 `그들만의 리그`로 난리다. 국민들 생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슈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다. 좋은 말로 `개혁`이지 사실은 의석 숫자 나눠 먹기에 더 가깝다.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수를 연계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각 정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여야 논의 과정에서 `권역별` `도농(都農)복합형` `준 연동형` 등 정치공학적 셈법이 끼어들었고 선거제도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개편안들이 난무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여야 4당 실무 대표들은 의석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숫자를 28개 줄이고 연동률 50%를 적용한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각 정당 소속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역구를 줄이려면 현행 인구 상한선(30만 명)을 변경해야 하는데 유권자 숫자가 적은 지역구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기 정치`(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공작 정치`(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좌파 연합`(황교안 한국당 대표) `미스터리`(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선거제 개혁 과정에서 여야 대표 정치인들이 상대방을 향해 최근 주고받은 말들이다. 한국당은 아예 "비례대표제를 없애자"는 제안도 내놨다.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제안을 통해 선거제 개편 논의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발상이 아닌가 싶다. 손학규 대표가 단식까지 하면서 선거제 개편을 요구해 왔던 바른미래당은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는 소속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소집하며 분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원내 교섭단체 3당의 전략과 발상이 이렇게 제각각이다 보니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서로 난타전을 벌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국회는 앞으로 1년여 남은 21대 총선에 돌입할 때까지 선거제 이슈로 날밤을 새울 게 뻔하다. 그 와중에 각종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어차피 늦어질 거라면, 현재 논의가 소모전에 불과하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여야 합의로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회의원들은 모두 빠지고 외부 전문가들에게 선거제도 개편을 맡기면 된다.
현행 선거제는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그 골격이 만들어졌다. 그 이전까지는 1개 선거구에 금·은메달 2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였다. 31년 전 만들어진 현행 선거제도가 유권자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지, 지방 인구 감소와 도시 비대화 추세 속에 현행 유권자 상한선은 적정한지, 비례대표 숫자와 기능은 적절한지를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 객관적으로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함몰해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외부 전문가들에게 갈등 해결을 맡기는 게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동물 국회` `막장 국회` `식물 국회`에 이어 나라를 해롭게 한다는 자조 섞인 표현으로 `국해의원(國害議員)`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역구 당선과 당리당략을 위해서는 한없는 용기를 과시해 왔던 국회의원들이 선거구 개편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진정한 용기를 발휘해주길 기대해 본다. 그게 아니면 국민의 손가락질 당하기 전에 조용하게 현행 선거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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