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해수면 상승으로 한국도 안전지대 아닌 대재앙 맞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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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해수면 상승으로 한국도 안전지대 아닌 대재앙 맞을 수도
  • 허성배
  • 승인 2019.03.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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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2019년 세계 최대 글로벌 위험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다”
지난 1월 25일 막을 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모인 각국 정상과 기업인, 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지구에 불어닥친 기후변화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WEF가 각계각층 전문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글로벌 위험 2019`에는 올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극단적인 기상이변과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실패, 대규모 자연재해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안이 1~3위를 차지했다.
이웃 일본은 물론 한반도도 지구온난화에서 벗어나지 않다. 제주와 남부 지방은 이미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었고, 인천과 부산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기후학자들 사이에서는 “한국도 동남아와 같은 기후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 강 건너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4계절에서 여름·겨울로… 한반도 아열대 기후?
기상청은 지난해 12월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분석서`를 발간해 온실가스가 현 추세로 계속 배출되면(RCP 8.5 시나리오) 하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가 현재 연간 3.8일에서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에는 45.2일로 10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고기온이 25도 이상인 여름일수는 연간 177.6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연간 35.5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일 년 열두 달 중 절반이 여름이고, 그중 한 달은 폭염 속에서 지내게 되는 셈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한국이 머지않아 대만이나 오키나와처럼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된다는 예측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는 RCP 8.5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21세기 후반기 고도가 높은 산지를 제외한 대부분 경상도, 전라도, 충청남도 지역이 아열대 기후구에 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제주도와 전라남도 해안지역은 이미 아열대 기후 특성을 보인다”며 “현재 추세를 보면 이르면 2050년에 한국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열대 국가 한국`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겨울은 조금 따뜻해지겠지만 가뭄과 홍수, 병충해 때문에 농업 생산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팽창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고압대의 건조한 권역에 들어가는 시나리오도 있다”며 “이때 폭염이 지속해 가뭄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기상예보센터장도 “현재 패턴으로 볼 때 비가 오는 날은 줄어드는 반면 한번 내리는 비의 양은 늘어날 것”이라며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비로 인한 침수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반도에 내리는 소나기가 동남아 집중호우 현상인 `스콜`과 유사해진다는 얘기다. 임영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평균적으로 더위에 따른 온열질환자는 1000명 수준, 이로 인한 사망자는 10여 명 수준이었는데, 작년에는 각각 4500여 명, 40여 명을 기록했다”며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장기적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름은 더워지고 겨울은 추워지는 지구 기온이 높아지지만, 오히려 추운 날은 더 추워진다. 북극 얼음이 없어지면서 발생하는 기상이변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북극에서 가장 두껍고 오래돼 `최후의 얼음 지대`로 불리던 그린란드 북쪽 얼음이 붕괴했다.
마이클 베비스 오하이오 주립대학 지구과학과 교수가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그린란드 빙하 유실 속도가 2003년 대비 2012년에 4배나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햇빛을 반사해주는 역할을 하던 얼음이 떨어져 나가면 북극해는 태양에너지를 그대로 받게 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 대기과학과 교수는 “따뜻해진 바닷물의 열이 대기로 가게 되면 북극의 찬 기운을 가두고 있던 제트기류 변동성이 커진다”며 “이로 인해 북극에 있는 한파가 한반도로 몰아치는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 같은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2014년과 2016년 초 미국과 유럽, 한국을 강타한 한파 역시 제트기류가 약해진 틈을 타 북극 한파가 기습적으로 내려온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폭설과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역시 제트기류 약화와 관련이 있다.
■남극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 상승… 녹고 있는 것은 비단 북극뿐만이 아니다
따뜻한 바다와 접해 상대적으로 녹기 쉬운 북극 얼음과 달리 대륙 위에 놓여 있는 남극 얼음 역시 빠르게 녹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공동 연구진은 남극에서 빙하가 녹는 속도가 40년 전보다 6배 넘게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09~2017년 연간 2520억t의 빙하가 녹은 것으로 관측됐다.
매월 소양호의 총 저수량의 7배 규모에 달하는 얼음이 바닷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극과 달리 남극에 있는 빙하 융해는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북극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인 `빙산`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빙산은 바다에 떠 있는 만큼 부피 증가분이 현재 해수면 높이에 이미 반영돼 있다.
그러나 남극 빙하는 북극 빙산과 다르다. 대부분 대륙 위에 존재하는 만큼 남극 빙하 융해는 오롯이 해수면 상승과 직결된다. 특히 최근 들어 그동안 잘 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남극 동쪽 빙하까지 녹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에릭 리그도 어바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남극 빙하가 계속 녹으면 향후 수세기 동안 수m의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클 베비스 교수도 “그린란드는 금세기 초에 (빙하가 녹는) 결정적 시기를 겪었고 빙하가 녹는 추세는 더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빙하가 녹으면 인천공항·부산 지역도 잠긴다
한반도도 빙하 소실과 해수면 상승에서 벗어나지 않다.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광범위하게 높아지면서 해수면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백민 교수는 “바다 온도가 높은 곳에서는 열팽창이 일어나 해수면이 더욱 급격하게 상승한다”며 “구로시오 난류 주변에 있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2016년 10월 부산 마린시티에서 발생한 해일과 태풍의 이동 경로가 뜨거운 바다에서 시작해 한반도로 유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가 해수면 상승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이야기한다. 상승하면 인천이나 부산 일부 전라지역 같은 해안 도시에서는 바닷물이 100m 이상 도시 쪽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존재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 미국 국립지리정보국이 위성을 통해 제공하는 셔틀 레이더 지형미션(STRC) 데이터에 따르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인천국제공항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인천 연수구, 경기도 시흥·안산·화성시 일대까지 바닷물이 밀려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을숙도와 강서구, 김해공항 인근까지 바닷물에 잠기면서 공항 기능 마비까지 걱정해야 한다. 해수면 1m 상승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인천 부산 등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는 이보다 낮은 해수면 상승만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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