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노동 개혁 통한 치솟는 인건비 재조정으로 제조업 세계 경기둔화 등 서민 고통 키우는 소득 파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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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노동 개혁 통한 치솟는 인건비 재조정으로 제조업 세계 경기둔화 등 서민 고통 키우는 소득 파탄 막아야
  • 허성배
  • 승인 2019.02.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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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본격 진행된 지난해 정책 수혜자여야 할 서민의 고통이 역대 최대로 커졌다.
통계청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소득 동향은 문 정부 정책이 ‘소득 파탄 성장’이었음을 아프게 짚고 있다.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새 17.7% 뚝 떨어져 2003년 이 통계 작성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분위(하위 20∼40%) 소득도 4.8% 줄었다. 경제가 조금이라도 성장하면 가계소득은 느는 게 정상이고, 문 정부는 특히 저소득층의 지갑을 불려주겠다고 공언해온 터다.
하지만 서민 계층의 소득이 급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취약 계층의 소득 급감은 일자리 파괴와 자영업자 몰락의 결과다. 1분위 무급(無給) 가구 비중이 43%에서 55%로 폭등하면서 근로소득은 36.8%나 줄었다.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월급을 받을 기회 자체가 없어진 탓이다. 자영업자가 많은 2분위 사업소득과 자영업 가구주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은 가게 문을 닫고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자영업 대란의 실상을 드러낸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촉발한 비극이다. 취약 계층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끌어내고, 양극화도 해소한다는 의도는 완전히 빗나갔다. 최상위 계층인 5분위 소득은 10.4% 늘면서 역대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최저임금 과속, 정규직화 등으로 일이 있는 사람의 소득은 늘었지만, 그 이면에서 무직자가 양산된 것이다. 문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아동수당, 공공일자리와 정책 실패 무마에 천문학적 세금을 투입했다.
그 영향으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근로소득보다 많았다. 빈곤층이 일하기보다 정부 지원에 의존케 하는 정책은 정도(正道)일 수 없다. 가계의 세금·연금 등 비소비지출이 소득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늘어나면서 세금 퍼붓기와 세금 폭탄이 악순환하는 일도 벌어진다. 경제학자들도 통계도 소득주도 성장의 파탄을 지적하는데 문 대통령은 무슨 생각인지 고수할 뜻을 굽히지 않는다. 긴급 소집된 경제장관회의에서도 핵심을 못 건드린 채 ‘심기일전의 계기’라는 반응이 고작이니 서민의 피눈물만 커질 뿐이다. 한국경제가 파국에 이르기 전에 사이비 성장 전략을 폐기하는 게 옳다.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비영리 민간 조사연구기관 콘퍼런스보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41개국 `제조업 생산성 및 단위노동    비용 국제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2~2009년 연 7%로 5위였지만, 2010~2017년에는 연 2.8%로 28위에 머물렀다. 반면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노동비용인 단위노동 비용 증가율은 2002~2009년 연 0.8%에서 2010~2017년 연 2.2%로 큰 폭으로 뛰었다. 41개국 제조업 단위노동 비용이 2010~2017년 연평균 1.7% 감소한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다.
노동비용이 치솟으면 제조업 경쟁력은 떨어지며 경제체질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기가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제조업 경기지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다. 일본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16년 6월 이후 최저인 48.5에 그쳤고, 같은 기간 유로존 제조업 PMI는 2013년 6월 가장 낮은 49.2를 기록했다.
그나마 세계 경제를 견인했던 미국도 2월 제조업 PMI가 53.7로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세계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경제 동향간담회에서 "제조업 경쟁력 제고가 우리 경제의 생존 문제"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의 면모를 되찾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을 통해 노동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밖에는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깨고, 다양한 유연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친노동 정책을 펼칠 때도 노동생산성과 노동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감한 규제 완화로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자유롭게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며 세계 경기 둔화의 어려운 국면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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