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철학 발전 후퇴시키는 낙하산인사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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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철학 발전 후퇴시키는 낙하산인사 이제 그만
  • 허성배
  • 승인 2018.12.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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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낙하산 인사라는 부끄러운 수십 년을 되풀이 하는 그 깊은 뿌리를 문재인 대통령의 정의로운 국정철학으로 과감하게 뽑아 버릴 수만 있다면 국가의 기강과 잠재적 인재발굴로 나라번영은 물론 역사적 후세들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되는 영웅 대통령으로 길이 남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낙하산이라는 이 어이없는 말 자체를 제도적으로 과감하게 고쳐 공모제를 공정하게 세우는 데 기여했다. 그 당시에 관련 법령 등이 거의 완비됐다. 노조의 세습채용 행위 등으로 일반 공시생들은 4순위로 밀려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그 추악한 낙하산 인사를 없애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입법부인 국회는 낙하산 근절법을 더군다나 강하게 보완해 줄 것을 국민은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 중단을 선언하고, 이를 엄격히 지키도록 각 부처에 강력히 지시하여 밤잠을 설치며 가슴 졸이는 수많은 젊은 남녀 공시생들애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 문 대통령이 실질적 내용 측면에서 공모제를 한치의 부정함이 없이 공명정대하게 완성해야 한다. 이는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공약처럼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일이다.
어느 지인 중에 열정이 철철 넘치는 사람이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도 뛰어나고 경력에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람된 일을 나라에 공헌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공공기관 임원 공모에 열심히 지원서를 낸다. 그런데 매번 떨어진다. 그는 7번 지원서를 냈고 7번 떨어졌다. 탈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사실상 최종 합격자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의심하게 되었다.
공모는 내부와 외부출신 상관없이 널리 인재를 구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외부의 개혁적인 인사가 필요하다. 문제는 전문성, 경력, 조직 이해, 리더십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권력의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다. 공모 절차는 규정대로 진행되지만, 최종 후보자가 이미 내정됐으므로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 이런 것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에 해당한다.
역대 정권 모두가 낙하산 인사를 해왔다. 예외가 없었다. 여·야는 번갈아 가며 이런 식의 인사를 했고, 다른 상대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하는데 이것이 바로 내로남불 이다. 현재의 야당도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이전에는 똑같은 방법으로 인사처리를 답습해왔다. 이 같은 여·야 정치권의 부도덕한 행태에 국민의 개탄과 분노를 느끼게 하는 이유다.
여·야가 문제로 삼는 내용과 공격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은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을 펴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에 들어간 임원 114명을 수록한 것이었다. 이들 임원은 새누리당·대선 캠프·대선지지 활동단체 출신이라고 민 의원은 주장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4월에는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박재완 의원이 “참여정부의 정부 산하단체 임원 임용은 코드인사, 보은 인사, 낙천·낙선에 대한 위로 인사로 변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2005년 말까지 산하기관에 임용된 상근직 임원 가운데 정치인 출신이 134명, 관료 출신이 148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왜 낙하산 인사는 끝이 없는 것일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모두가 공공기관을 대선 승리의 전리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너희들끼리 나눠 가져갔지만, 다음에는 우리 차례라는 음흉한 생각을 가슴에 품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치권의 암묵적 담합이다. 이렇게 해서 굳어진 낙하산 인사는 3가지 측면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심각한 타격을 준다.
첫째, 국민의 재산을 중대하게 훼손한다. 오래전에 세계적인 최고 판매자였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저자 짐 콜린스)라는 책은 여러 기업을 분석한 결과, 외부에서 리더를 영입한 사례는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는데 낙하산은 독이 됐다고 했다. 이는 외부출신 자체를 문제로 삼았다기보다는 기업의 업무, 사람, 문화, 문제점, 장점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을 제대로 이끌기 어렵다는 메시지다. 한국의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내부 조직을 잘 모르고 전문성도 없는 낙하산 CEO는 해당 공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키우기는커녕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쉽지 않다. 미래의 서비스마저도 망가트릴 수도 있다. 그 피해는 국민과 후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둘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빼앗는다. 코레일, 지역난방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안전 관련 공기업들은 엄격히 관리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은 조직 장악이 쉽지 않고, 근무 기강을 똑바로 세우기도 어렵다. 물론 정치인 출신의 비전문가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경험이 없거나 관련 식견이 없는 장수는 군사들에게 덕을 베풀 수는 있지만, 치밀한 전략과 상세한 전술을 구사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이런 장수 아래에서는 군사와 국민의 생명이 위태롭다.
셋째,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행위다. 조선 말기에는 과거제도가 엉망이었다. 합격자를 미리 정해놓기도 했고, 대리 시험도 많았다. 백범 김구 선생은 청년 시절에 과거시험을 보기도 했으나 급제할 사람을 선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시험을 시행하는 일이 잦자 동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월남 이상재 선생도 미리 장원을 정해놓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한 나머지 당시 승지였던 박정양의 식객 생활을 시작했다. 공공기관이 최종 합격자를 내정해 놓고 공모를 한다면 조선 말기의 과거제도와 무엇이 다른가. 열심히 일하고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는 권력에 줄 대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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