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타결>시험대에 선 쌍용차, 갈길 먼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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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타결>시험대에 선 쌍용차, 갈길 먼 정상화
  • 투데이안
  • 승인 2009.08.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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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사가 공장 점거 파업 77일 만인 6일 극적 협상 타결을 이루면서 정상화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진행해온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재개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70여일 간의 방황을 끝내고 재기를 꿈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쌍용차 정상화까지는 직원들간 깊은 갈등의 골과 노사의 신뢰 회복 등 넘어야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어서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10년 묵은 반목, 갈등 치유 우선

10여 년 동안 주인이 바뀔 때마다 직원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었다.

지난 1998년 쌍용차가 대우그룹에 매각될 당시 찬성했다가 대우에서 분리되면서 결국 짐을 꾸린 전직 연구소 직원 B씨는 "쌍용차 직원들 사이의 갈등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B씨는 "당시에도 조합 내부에서 매각 찬반 의견이 분분했고 매각됐을 때에는 반대했던 이들이 떠났고, 대우에서 떨어져 나올 때에는 매각에 찬성했던 이들이 직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최고의 자동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여기저기 매각과 분리, 워크아웃을 겪으면서 오히려 깊은 상실감으로 변했다"며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상실감이 직원들을 두 갈래로 나뉘어 적대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가슴에 깊이 박힌 갈등이 치유되지 않으면 갈등은 언제고 폭발할 수 있다.

공장을 지키던 한 관리직 직원은 "우리가 맞선 건 이념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살기 위한 방법을 서로 다른 곳에서 찾았던 것일 뿐"이라며 "내재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직원과 회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질적 노사 관계 병폐 개선 계기 돼야

'강성노조'에 대한 불신과 되풀이해온 병폐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대립적 노사관계를 일소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투영돼 쌍용차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쌍용차 이유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지난 2일 협상 결렬을 선언한 긴급기자회견에서 "자동차산업 특성상 쌍용차는 외부 투자자 유치가 불가피한데 기존의 노사관계 악습을 답습하고 폭력적 행위도 서슴지 않는 강성노조가 존재하는 기업에 누가 투자하려 하겠느냐"고 했다.

비조합원들의 노조에 대한 불신은 더욱 크다.

재무팀 직원 A씨는 "노조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사측은 그동안 당근만으로 노조를 길들이려고 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는 그동안 일부 노조 간부들의 비위, 근무태만 행위에 대해 조합원들을 앞세워 감싸는 데 투쟁의 동력을 사용했다"며 "사측은 매년 수십억 원을 조합 지원금으로 쥐어주며 구조적인 노사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순간을 모면하려고만 해왔다"고 했다.

결국 대타협과 상생을 위한 노사의 양보와 그동안의 병폐 해소가 건전한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기반이 될 것이란 얘기다.

◇새로운 투자자 확보, 회생의 관건

지난 1월 법정관리 신청 당시 쌍용차의 부채는 8200억 원대에 달했다.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투자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다행히 쌍용차를 인수해 자동차산업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이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외국의 자동차 회사에서도 쌍용차 인수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쌍용차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에 진입하지 않은 국내 2~3개 기업에서 쌍용차를 인수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외국 기업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정서상 다시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은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개발, 차종 다양화로 재기 발판 마련

지난 2005년 1월, 5년여 만에 쌍용차를 워크아웃에서 구해낸 것은 고급SUV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렉스턴'이었다.

쌍용차는 현재 개발이 거의 끝난 소형SUV 'C200(프로젝트명)'이 렉스턴과 같은 구원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200은 8월과 9월 중국의 사막에서 벌이는 극한테스트(일명 '썸머테스트')를 거쳐 정부의 사용승인만 받으면 곧바로 출시할 수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연비가 15km에 달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인 '유로5'를 획득해 국내보다 유럽 딜러들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출시된다면 SUV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C200에 이어 현대의 아반떼와 동급인 준중형 승용차(프로젝트명 'B100')가 준비돼 있다.

또 중형 승용차를 개발해 준중형(소형)-중형-대형 세단에 이르는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매년 1~2대씩의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C200의 경우 출시까지 앞으로 1500억 원 정도의 추가비용만 들어가면 된다"며 "준중형은 엔진 등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되어 있고 중형차 개발에 착수해 차종 부족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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