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색깔 없는 상업화, 한옥마을은 피해갔으면
icon 최연서(학생)
icon 2017-10-23 02:44:17  |   icon 조회: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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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상산고등학교

최연서(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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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없는 상업화, 한옥마을은 피해갔으면

 나는 태어나서부터 쭉 전주에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난 전주가 자랑스럽다. 예를 들어 오랜 전통에서 흘러져 나오는 갖가지 먹거리나 민족 고유의 소리 문화는 전주인으로서 느끼는 자부심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도 전주하면 한옥마을이 있지 않은가. 600 채가 넘는 한옥 속을 거닐며 우리 역사를 느끼고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특이함 덕에 한옥마을은 어느새 전주의 랜드마크로 단단히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며칠 전 가본 한옥마을은 더 이상 예전 그 모습이 아니었다. 입구에는 전통 체험 부스가 몇 가지 마련되어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중심부로 들어갈수록 한옥마을의 특징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한옥의 형태를 빌린 각종 카페와 음식점이 난무했고 4분에 한번 꼴로 동일해 보이는 상업시설이 계속 이어졌다. 중간 중간 마련되어 있는 부채관이나 기념품 시설을 제외하면 다른 현대식 거리와 전혀 다를 게 없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는 한옥마을에 온 본 취지에 따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아 나서야 했고, 그렇게 우리가 찾아낸 곳은 한옥 마을의 변두리에 자리 잡은 한산한 전시관이었다. 그곳에서 활자를 감상하고 직접 종이에 찍어보면서, 우리는 꽤 만족스러웠다. 한옥마을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어서가 아니었다. 적어도 우리만큼은 한옥마을에 왔다면 마땅히 체험해봐야 할 것을 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전통 문화가 소외받는 한옥마을의 참담한 실정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존중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급한 것은 본래의 색깔을 잃어가는 한옥마을을 되살리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주일 정도 후에,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친구들과 직접 만든 설문판을 가지고 한옥마을의 거리로 나섰다. 질문은 각각 “당일 한옥마을에 와서 주로 무얼 했는지”, 또 “한옥마을의 전통체험에 대해서 만족하는지” 였는데, 결과는 기대 그 이상이었다. 총 응답자 356명 중 260명 정도가 먹거리 투어만을 했다고 응답했으며, 이어진 질문에서는 약 130명 정도가 전통 프로그램에 대하여 불만족 및 경험 없음에 답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통 체험이 소홀시 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또한 방문객의 대다수는 한옥마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는 먹거리만 먹다 가는 경우가 많아 보였으며, 슬프게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전통체험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설문조사 중 자식과 함께 온 몇몇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체험시켜 줄만한 것이 너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가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해결책은 분명히 있다. 한옥마을의 전통성을 다시 살리면 된다. 다만 이 과정 속에서 조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어느 정도까지의 전통성을 고수하느냐”이다. 지금도 분명 전통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예컨대, 부채 만들기나 한지 체험, 전통 공예품 감상 등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의미 없는 체험만 하다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개입도” 및 “현대적 정서와의 부합성”에서 찾았다. 기존의 전통체험들은 너무 전통만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옛 공예품을 만들어 보기만 하지, 이걸 실생활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참여자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흥미를 끌만한 현대적 요소가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관광객들은 멀고 먼 곳에서 한옥마을을 찾아왔지만 차라리 속편한 카페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프로그램이 개설되면 좋을까? 열 가지 정도를 설계한 뒤, 한옥마을의 관광객들의 의견을 물어 가장 호응이 좋은 세 가지 프로그램을 골라본 결과, <한옥 방탈출 카페>, <조선의 화장술 체험>, <한지 폰케이스 제작하기>가 그 순위에 뽑혔다. 실제로 나온다면 제일 먼저 해보고 싶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전주 시민으로서 굉장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지니고 살아온 나는 이렇게 요구한다. 본래의 색깔을 잃어가는 한옥마을을 다시 적극적으로 일으켜 줄 것을. 앞서 밝힌 프로그램들이 아니어도 좋다. 다만 지나치게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현대인의 정서와 관심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서의 변화가 훨씬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지나친 상업화를 규제하는 보편적인 법적 규제와 함께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참신한 전통 프로그램이 많이 개설된다면 한옥마을은 훨씬 더 많이 도약할 수 있다. 전주는 지금껏 창창한 발전을 이루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한옥마을이 그만의 온전한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에서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2017-10-23 02: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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